한솔EME-CSN 지분처분·케미칼 분리 숙제 지주사 전환 비용 부담 커 유인책 부족.오너 지분율 낮아 '가능성'
문병선 기자공개 2012-12-28 10:09:33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8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그룹은 조동길 회장의 취약한 지배지분율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다. 만일 한솔그룹이 한솔제지를 기업분할한 후 주식 스왑(Swap)을 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나설 경우 조 회장 등 오너가 지분율은 현금을 들이지 않고도 7%대에서 20%대로 높일 수 있어,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게 이유다.한솔그룹 주변에선 약 3년여전부터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2009년 후반 한솔CSN은 한솔케미칼 지분(6.02%)을 한솔케미칼(자사주)에 넘겼다. 순환출자 일부 해소가 목적이다. 그 이후 수건의 지분 거래가 진행됐고 본격적인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다는 기대감을 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됐다. 올해들어서는 한솔EME가 한솔CSN 지분을 더 확보하는 등 순환출자 구도가 오히려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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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은 아직 섣부르다는 게 한솔그룹 내부 기류로 파악된다.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번에 걸쳐 논의돼 왔고 내부적으로 일부 지분 이동이 있었으나 지주회사 전환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솔그룹은 오너의 지배지분율에 '일희일비'하는 그룹이 아니다. 이인희 고문의 경영 철학과도 맞물린다. 특히 지주회사는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와 현금흐름, 그리고 지배력의 증감과 전환비용 소요 등 재무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전환 결정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오너 개인의 지분율 확대만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던 사례는 넥센그룹 등 일부를 제외하곤 극히 드물었다. 한솔그룹은 이런 측면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으나, 전환하기 어려운 여러 현실적 제약 또한 갖고 있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지주사 전환 비용 순환출자 유지 비용의 다섯배, 전환 유인 부족
지주회사 제도가 한솔그룹 오너 입장에서 매력적인 지배구조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한솔이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순환출자 구도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지주회사가 가능한데, 순환출자 해소의 필요성이 지금까지 크지 않았다. 순환출자 구도는 현실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취약한 지분율을 보완해 준다. 한솔그룹의 경우 단순 계산으로 지주회사 전환 비용은 순환출자 유지 비용보다 거의 다섯배 더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한솔그룹은 '한솔제지→(47.20%)한솔라이팅→(79.31%)한솔EME→(13.87%)한솔CSN→(8.07%)한솔제지'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도를 갖고 있다. 이들 지분가치는 순서대로 한솔라이팅(252억원), 한솔EME(396억원), 한솔CSN(254억원), 한솔제지(318억원) 등이다. 모두 더해 1220억원이다. 그룹 지주회사가 이들 계열사를 각각 따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1220억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도를 유지한 채 한솔그룹은 단 252억여원으로 4개 핵심 계열사 모두를 보유할 수 있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환출자 구도를 그룹 경영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좀 더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지배구조 형태를 모색하는 건 모든 경영자의 바람이다. 이런 '비용구조' 측면에서 지금 한솔그룹의 지배구조 형태는 변화의 유인을 갖기 힘든 구조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 미리 봐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당장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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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구도에서 벗어나는 비용 이외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한솔제지와 한솔CSN, 그리고 한솔테크닉스가 교차 보유하고 있는 한솔라이팅 지분을 한쪽으로 몰아주거나 아니면 정리해야 하는 식이다. 한솔케미칼 지분 역시 마찬가지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이외의 주식을 가질 수 없고,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 이외의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비용은 장부가를 기준으로 줄잡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양그룹과 하림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여러 복잡한 작업을 감내하고 있는 사례와 대비된다.
한솔케미칼 등을 활용한 '변형된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 문제도 한솔그룹 내부의 풀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솔케미칼의 경우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솔제지 지분 2.47%를 갖고 있다. 한솔제지는 한솔CSN을 통해 한솔케미칼 지분 3.19%를 보유 중이다. 한솔케미칼을 통해 '한솔제지→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CSN→한솔제지'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도를 추가로 보완해주는 구조다.
그런데 한솔케미칼은 조동길 회장의 형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로 분류된다. 형제간 지분 교통정리가 선행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는 또 전적으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의중에 달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의 후계 구상이 완결되지 않아 이런 사안 자체가 드러나는 걸 한솔그룹이 꺼려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오너의 취약한 지배지분율은 지주사 전환 가능성 높여
다만 오너의 취약한 지배지분은 누가 뭐라 해도 지배구조 개편의 당위성을 준다는 점에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정치권의 '반(反) 순환출자' 정서도 석연치 않다. 또 금융권에서 정형화된 지주회사 전환 구조를 만들어 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전환이 어렵지는 않다. 2012년에도 많은 기업들이 이런 서비스를 받아 기업분할과 주식 스왑 방식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실제 조동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한솔제지 지분율은 7.16%다. 시가 282억원에 불과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은 늘 도사린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국민연금(9.46%),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5.63%), 자사주(7.26%) 등이 있으나 모두 더해 30% 남짓이다.
만일 한솔제지를 '투자사업 부문(한솔홀딩스)'과 '사업회사 부문(한솔제지)' 2개로 분할한 뒤 오너가 보유한 한솔제지 지분을 한솔홀딩스 지분으로 맞바꾸면(Swap) 오너의 홀딩스 지배지분율은 거의 20%까지 늘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 등 우호지분의 도움을 받으면 거의 과반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것으로 지배력의 안정성을 높일 수있다는 데 여러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아울러 한솔제지의 자사주(7.26%)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한솔홀딩스→한솔제지로 이어지는 투자지분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준다. 오너는 홀딩스 지분율을 20%대로, 홀딩스는 제지 지분율을 약 21%까지 늘릴 수 있는 유인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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