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지배구조 개선 유인, '산은 견제' 걸림돌 자회사 지분율 높고 자사주 대량 보유해 지주사 전환 용이
문병선 기자공개 2012-12-31 09:06:51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2년 12월 31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12.61%)을 시장에서 매각해 달라.""적절한 가치를 받을 수 있을 때, 그 때 매각할 것이다."
2011년말 금호석유화학 고위 임원실에서 산업은행 임원과 금호석화 관계자가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다. 채권단의 관리를 받던 자율협약 체결 시기 3년여 동안 이런 경영 견제는 이어졌다. '견제'로도 볼 수 있고, '간섭'으로도 볼 수 있으나 당시만해도 '간섭' 쪽에 가까웠다는 후문이다.
최근에 와서야 당시 정황을 되짚어 보면 산은 등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08%)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매각할 뜻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13%에 가까운 지분을 들고 있으니 이런 지분 거래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이 혹시 모를 '안티(Anti)' 공세를 할 수 있어 신경이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서둘러 지분을 매각하라고 금호석유화학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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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간섭은 외곽의 건전한 '견제'일 수도 있으나 사실 금호석유화학 입장에서 보면 오너의 취약한 지분율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만일 절대 지분을 갖고 있다면 이런 외부 간섭을 차단하고 독자적 경영 노선을 걸을 수 있으나, 방어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외부 세력과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가 늘 뒤따랐던 것이다.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금 금호석유화학은 과거와 달리 경영 자율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지분구도로만 보면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금호석유화학도 오너의 지배지분율을 손쉽게 높여 방어막을 높이 올릴 수 있는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자회사 지분율 높고 자사주 대량 보유
지분 구조로만 보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국내 어느 다른 그룹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우선 장점이다. LG그룹이나 CJ그룹처럼 지주회사 전환에 거액의 비용을 쏟아야 하는 구조도 아니고, 한솔그룹이나 삼성그룹처럼 순환출자 구조에 얽매여 있지도 않다. 이미 금호석유화학은 자회사 지분을 모두 절반(50%) 이상 갖고 있어 추가 비용이 필요없는데다가 자사주를 대량(18.36%) 갖고 있어 인적분할시 지배구조를 짜기가 쉽다.
공식처럼 사용되는 '기업분할→사업자회사 주식 공개매수→현물출자(주식 스왑 방식)→홀딩스 구축' 방식을 활용하면, 박찬구 회장 일가의 지배지분율은 현 13.89%에서 최소 30%까지 급증할 수 있다. 정확한 수치는 분할의 비율과 공개매수 시점의 주가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은 논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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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경우 은행의 특성상 공개매수에 참여해 홀딩스 지분율을 높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투자금회수(Exit)에 나서기가 더 용이해 진다는 점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지주사 전환을 반길 수 있다. 인적분할로 금호석유화학이 변경상장된다면 홀딩스 지분율을 14.05%로 유지한 채 나머지 금호석유화학 지분(14.05%)만 처분하면 된다.
예컨대 산은 보유 금호석유화학 지분의 현재가치는 5588억원(428만1715주*주당 13만500원)이다. 엑시트에 따른 물량 부담 때문에 처분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기업분할을 하게 되면 분할비율을 4대6으로 가정할 경우 5588억원 중에서 60%인 3353억원 가량의 물량만 처분하면 된다. 몸집을 줄여 시장 처분에 나설 수 있는 구조적 기회가 오는 것이고, 국책은행으로서 시장에 주는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박찬구 회장 일가와 박철완 상무는 손쉽게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획득해 그룹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용이..자회사 지분율 높고 자사주 대량 보유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은 예상만큼 쉽게 움직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찬구 회장은 매우 신중한 경영자다. 자본의 거래에 대해서는 과거 금호가의 부침을 직접 보아왔던 터라 '정도'만을 걷는다. 오너가의 지분율 확대만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이라면 그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 졸업 등 현안이 산적해 지주회사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박찬구 회장이 꾸준히 지분을 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엔 박 회장의 자녀도 주식 매입에 나섰다는 점 등은 지배력 확보가 기업경영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산은이 손쉽게 동의해 줄지도 미지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그룹만의 독자적 노선을 강화해 줄 지배구조 개편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 일례로 자율협약을 졸업하기 전인 최근까지도 산은은 금호석유화학측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처리에 대한 모종의 '확약'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율협약 졸업의 전제조건으로 이런 조건을 내 걸었다. 이는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이후에도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여러 채널을 통한 견제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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