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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IB 빠진 ELB, 겁없는 중소IB '점령' 우투·CS 등 왕년 ELB '챔피언' 일제히 사라져

한형주 기자공개 2012-12-29 00:35:28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9일 0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연계증권(ELB) 시장의 판도 변화가 심상찮다.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꼬리를 감췄다. 외국계 IB들도 안 보인다. 이들의 덩치에 맞는 큰 물건들이 한 해 동안 거의 없다시피 했다. 어쩌다 한 번 나오는 딜은 뛰어들기에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반면 리스크 테이킹에 공격적인 중소형 증권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ELB 시장으로 우르르 몰려 들었다. 덕분에 트랙레코드(주관 실적)를 쌓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모 청약 실패로 평판은 되레 깎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12년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아이엠투자증권이 ELB 거래 주관 순위 2위에 오른 것을 비롯, 부국증권(4위)과 이트레이드증권(6위), 유진·LIG·하이투자증권(7~10위) 등이 일제히 상위에 랭크됐다. 평균 자본금 3000억 원대에 불과한 중소형 IB들이 ELB 시장을 점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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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지난 2010년과 2011년 ELB 주관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2012년 들어 시장 분위기가 얼마나 급변했는지 알 수 있다. 2010~2011년만 해도 ELB 딜은 국내외 대형 IB들의 전유물이었다.

2010년엔 국내외 톱티어(top-tier)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이듬해엔 동양증권과 우투증권, JP모간, KDB대우증권 등이 시장을 주도했었다. 하지만 2012년 ELB 주관사 리스트에선 이들과 겹치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급격한 추이 전환은 랜드마크 딜 부재와 대형 IB 특유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빚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3년 간 ELB 시장 규모 추이는 2010년 4조1138억 원에서 2011년 4조9068억 원으로 늘었다가 2012년엔 3조8566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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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IB들이 ELB 시장에서 황급히 발을 빼는 추세는 이같은 시장 침체와 직결돼 있다. 한 마디로 건질 게 없었던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해를 통틀어 STX·동부그룹 계열사들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건을 제외하곤 대형 증권사들이 픽업할 만한 물건 자체가 부재했다"며 "거래 참여를 안했다기 보다는 '못했다'에 가깝다"고 말했다.

거래 부진 속 대형 증권사들은 한계기업 자금 조달 업무 수행에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재무 여력이 약화된 기업들의 딜에 참여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형사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은 2012년 ELB 거래에서 주관보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모집주선 사례가 더 많았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2년 ELB 딜 주선 건수는 26건으로 2011년(18건)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딜 주관 건수가 33건에서 21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2011~2012년 주선 금액은 각각 1238억 원과 1072억 원으로 대동소이한 데 비해 주관 금액은 1년 새 1조8624억 원에서 9180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12년 ELB 주관 순위에서 10위권에도 들지 못한 우투증권이 모집주선 순위에선 5위에 랭크된 게 이를 방증한다.

모집주선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LIG건설과 웅진홀딩스 CP(기업어음) 사태가 터지면서 기업의 크레디트 이슈에 대한 우려가 확산돼 있다 보니 대형 IB들이 ELB 발행 딜 참여를 기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대형사들이 자리를 비운 ELB 시장엔 중소형 증권사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며 빅딜을 나눠 가졌다. 2012년 ELB 거래를 주도한 아이엠·이트레이드·유진·LIG·하이증권 등은 STX그룹과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BW 인수단에 대거 합류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배제된 채 수수료 수익만 보고 뛰어든 '저돌성'의 대가는 참담했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BW 공모 청약에서 총 1173억 원에 달하는 실권이 발생, 대부분 자체 인수북(book)이 없는 중소 IB들에게 감당키 어려운 규모의 미매각 폭탄을 떠안겼다. 대형사가 빠진 ELB 시장을 통해 고수익을 노린 중소형사들은 청약 실패로 인해 금전은 물론이고 평판에서도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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