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공개매수 비용, '후계정리'도 고민 형제간 공동경영 위한 후계승계 위해 지주사 전환 '요긴'
문병선 기자공개 2013-01-02 09:01:00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2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업 승계와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한데 결부된 그룹이 한국타이어그룹이다. 넥센그룹이 비슷했다. 넥센은 창업주인 강병중 회장이 자회사 주식과 모회사(지주회사) 주식간 스와프(Swap)에 나서지 않고 대신 스와프에 참여한 창업주 2세인 강호찬 사장을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맞았다. 자연스럽게 그룹 지배력은 2세로 넘어갔다. 한국타이어그룹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룹이다.이미 5할 이상 지주사 전환 일정을 마쳤다. 2012년 기업 분할 작업이 끝났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라는 '예비 지주회사'까지 출범했다. 마지막 남은 일은 예비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자회사(한국타이어 등) 지분을 추가 취득해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및 지주비율 요건을 맞추는 일인데, 이 작업이 생각보다 난해하다는 점에 한국타이어그룹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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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 지배구도에서 오너가 일가가 지분을 모두 현물출자하면 지주회사 전환은 매우 쉽게 끝마칠 수 있다. 조양래 회장 등 직계 일가(자녀 4명)는 현재 35.17%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하 한타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 지분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 지분을 한타월드와이드에 넘기고 그 대가로 한타월드와이드 주식을 교부받으면 끝난다.
◇대량 신주발행·후계 승계 문제가 '고민'
거래의 신속성 면에서 가장 쉬운 방법임에도 이 방법은 한타월드와이드가 막대한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문제점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신주 발행 규모는 오너 일가의 한국타이어 현물출자분의 가치 만큼이기 때문에 대략 2조474억여원(4356만2458주*1주당4만7000원) 어치다. 지금 자본총액 (8666억원)의 세 배다. 주가 탄력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과중한 지주회사 지분율(약 85% 예상)은 자본의 탄력성도 떨어뜨린다.
예컨대 한국타이어에 자금을 지원할 때 대주주인 한타월드와이드가 오너 일가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 지분이 분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함께 후계승계 문제도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의 고민거리로 지목된다.
지주회사를 전환하는 것과 동시에 후계승계를 마무리 하는데 이만한 호기는 없다. 넥센그룹의 경우가 비슷했다. 만일 조양래 회장이 그룹을 장남에게 넘기길 원한다면 차남을 제외한 나머지 일가만 현물출자에 참여한다. 조현식 사장은 추가 비용이나 양도소득세 부담 없이 지주회사의 지분 약 15~2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차남에게 넘긴다면 차남도 지주회사 지분 20~25% 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다.
이런 방식에 의하지 않고 시장에서 직접 한타월드와이드 지분을 취득하려면 대략 700억여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또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타이어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한다면 고율의 양도세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않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현물출자 방식을 활용하면 과세이연 등 혜택으로 이런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마침 지주사 전환 결정이 있었고 이와 함께 후계 승계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호기를 갖게 된 셈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이런 후계 구도 문제를 놓고도 조양래 회장의 고민이 없지 않다는 게 업계의 추론이다. 실제 2012년 기업분할 시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 사장에 차남인 조현범 사장을, 한타월드와이드 사장에 장남인 조현식 사장을 각각 앉혔다. 그 이전 기업분할 전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을 모두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두던 때와는 사뭇 다른 인사조치다. 조 회장이 후계 문제를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를 장남에게, 사업회사(한국타이어)를 차남에게 준 그림"이라며 "후계 승계 구도라는 시각을 낳았다"고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의 업무 스위치가 있어 왔다"며 "마케팅은 사업자회사(한국타이어)가 맡을 가능성이 크고, 전략기획은 지주회사(한타월드와이드)가 맡을 공산이 커 미리 업무 스위치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간 공동경영 가능성도, 지주회사는 '확장'의 틀
다만 이런 해석과 달리 한국타이어그룹이 형제간 공동 경영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조양래 회장은 현물출자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자녀들만 현물출자에 참여하게 된다. 신주 발행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자녀들에게 지주회사의 경영 지분을 비용부담 없이 넘겨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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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회장을 제외하고 두 딸인 조희원씨와 조희경씨 등 자녀 4명이 현물출자에 참여하면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전환 요건(상장 자회사 지분율 20% 이상 보유)도 충족하게 된다. 4명 자녀의 한국타이어 지분율 합계(19.18%)와 기존 한타월드와이드가 갖고 있던 한국타이어 지분율(4.60%)을 더하면 23%가 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2013년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의 날개를 달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타이어그룹 역시 총론에서는 늦출 이유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이후 자동차용 배터리 제조업체인 아트라스BX의 규모를 키울수도 있고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후계 승계를 대략 마무리하고 더불어 그룹 확장의 합법적 수단이 얻으려는 전략적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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