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1월 03일 19: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일반손해보험에서 예정사업비의 40% 이상을 사업비차익(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익)으로 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부화재와 롯데손보의 예정사업비 대비 사업비차익 비율은 절반 수준인 20% 안팎에 불과, 회사별로 격차가 컸다.

3일 더벨이 2012년 10월 말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한화손보 제외)의 일반손해보험 사업비차익을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 LIG 롯데 동부 메리츠 순으로 예정사업비 대비 사업비차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경우 유일하게 업계 평균을 상회했다.

◇ 삼성화재, 1301억원 사업비차익…흥국화재는 사업비차손

흔히 줄여서 비차익(費差益)이라고 부르는 사업비차익은 보험사가 책정한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와의 차익으로, 보험사의 3대 수익원 중 하나다.

즉 보험사가 판매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고려해 보험영업시 100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예측할 경우 보험사는 100원의 예정사업비를 반영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이후 보험영업 비용 정산과정에서 실제로 사용한 사업비가 50원이라면 보험사는 50원의 사업비차익을 얻게 된다.

지난해 10월 일반손해보험으로 1조50억 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둬들인 삼성화재의 예정사업비는 2894억 원이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1593억 원 밖에 사용하지 않았고, 1301억 원의 사업비차익을 챙겼다. 예정사업비의 45% 수준을 이익으로 챙긴 셈이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예정사업비의 41% 수준인 569억 원의 사업비차익을 챙겼다. 일반손해보험 원수보험료 기준 3위인 LIG손보의 예정사업비 대비 사업비차익 비율은 30%로, 1·2위와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흥국화재의 경우엔 예정사업비보다 사용한 실제사업비가 더 많아 75억 원의 사업비차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사업비차익 적정성 판단기준 없어 혼란

사업비차익을 많이 남기면 이익을 내기 위해 예정사업비를 높게 책정,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보험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업비차익 규모만 보고 적정하게 예정사업비를 책정했는지를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제사업비를 줄이는 노력을 했다면 당장 사업비차익은 커 보이지만 향후 예정사업비를 적게 산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업비차익이 적다고 해서 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에서 이익을 적게 가져간다고만 볼 수도 없다. 원수보험료 실적을 늘리기 위해 판매수수료 등을 높게 지불하는 과당경쟁시에도 실제사업비 지출 규모가 커 사업비차익이 줄기 때문이다.

재보험 출재가 많은 일반손해보험의 특성도 사업비차익의 적정성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화재·해상·특종보험(상해, 배상책임보험 등) 등 고액 계약건이 많은 일반손해보험의 경우 재보험출재 비중이 높다. 재보험출재료의 경우 실질적으로 비용이지만 회계적으로 사업비차익에 포함되지 않아 사업비차익 과대계상으로 이어진다.

현대차 등 계열사 일반보험 물량이 큰 현대해상의 경우 예정사업비의 41%에 달하는 사업비차익을 남기고 있지만, 재보험출재료를 내고 난 후에 이익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비차익을 가장 많이 내고 있는 삼성화재는 일반손해보험의 경우 예정사업비를 산출한다는 것 자체가 제도적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예정사업비는 회사의 경험통계율을 기반으로 산출된 인가요율을 반영하지만 기업보험 등에 대한 일반손해보험 재보험출재료는 원수보험사의 권한이 아닌 재보험사가 산출하는 협의요율을 전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예정사업비와 재보험료를 감안해 회사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예정사업비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격차로 인해 외부에 보여지는 사업비차익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사업비차익 적정성에 대한 회사별 의견이 분분하면서 감독당국 내부에서조차 사업비차익에 대한 적정성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재보험사의 협의요율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재보험 수지차 만성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요율 적정성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비차익의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점이 없다보니 사업비차익을 낸다는 것 자체가 보험회사의 약탈적 행위로 비춰지고 있고, 이러한 부분이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라도 사업비차익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