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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순환출자 구조…금융자회사 해결 '숙제' 현대오일뱅크 등 자회사 상장 통한 자금 마련 가능

안경주 기자공개 2013-01-10 15:22:35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0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최근 몇년간 계속 회자된 재계의 단골 메뉴다. 순환출자 문제가 논의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정몽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데다 우량한 자회사를 거느려 지주회사 전환의 일순위 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구조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비교적 단순해 순환출자 해소도 비교적 쉽다. 현대오일뱅크 등 자회사 상장을 통한 자금 마련도 용이하다. 다만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자회사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순환출자 구조

◇순환출자 해소시 대주주 소유권 강화 위한 지주사 전환

현대중공업이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당시에는 순환출자구조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배주주인 정몽준 대주주의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순환출자구조가 만들어졌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94.92%)과 현대미포조선(27.68%) 그리고 현대기업금융(67.5%)의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출자구조였다. 하지만 정몽준 대주주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이 11%로 취약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확대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2003년 자사주 5%를 현대미포조선에 매각하고 △현대미포조선 지분 27.7%를 현대삼호중공업에 매각해 현재의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됐다.

현재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 45.99%,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 지분 7.98%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다.

따라서 현재로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순환출자 해소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다만 정몽준 대주주와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의 현대중공업 지분이 13.33%에 불과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7.98% 지분을 매각한다면 현대중공업의 지배권이 취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가져오거나 정몽준 대주주가 추가로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이 때 1조2000억~1조5000억 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추진하다가 중단됐던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상장도 하나의 방안이다. 반면 정몽준 대주주의 자금 확보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함께 지주사 전환을 통해 소유권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를 신설한 후 현대중공업 자사주(19.36%)를 지주사에 넘기고, 지주사는 신주를 발행해 정몽준 대주주가 가진 현대중공업 지분과 교환하면 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큰 자금 부담 없이 지배권을 유지하며 지주사 전환을 할 수 있다. 정몽준 대주주가 10.15%의 지분으로 현대중공업을 직접 지배하는 데서 벗어나 지주사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30% 넘는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배권은 안정되고, 계열사 전체적으로 투명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 해소시 우호지분이 상당하더라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SK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최태원 SK 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했던 것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지주사 전환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금융자회사 처리 문제는 '걸림돌'

하이투자증권 등 5개 금융자회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이 지분 67.49%를 보유한 현대기업금융대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83.24%)를 비롯해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하이자산운용 등을 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금융자회사 매각보다는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수요가 많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한다면 금융자회사 처리 문제는 향후 지주사 전환 이슈 때마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통해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박 당선인이 제시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다수의 금융계열사를 소유한 대기업들이 금융자회사 보유 지분을 지주체제 외부로 처리하지 않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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