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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하나대투證 도약' 평가절하 말라

박상희 기자공개 2013-01-23 09:00:50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3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동양증권에서 에퀴티 IB 업무를 담당하는 분을 만났다. 동양은 2012년 주식자본시장(ECM) 리그테이블 전체 주관 순위에서 1위에 오른 터였다. 마침 24일로 예정된 리그테이블 어워즈 시상식도 앞두고 있어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예상 밖으로 시무룩한 표정과 속상하다는 답변이 뒤따랐다. 주식시장 불황으로 대형 IB들이 사실상 개점휴업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며 IB 업계 일각에서 평가 절하한다는 것이다. 무림의 고수들이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 100% 동양이 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2012년 동양증권이 ECM에서 거둔 실적은 사자 없는 정글에서 여우가 왕이 된 격일까. 사실 2012년 ECM 리그테이블 순위는 유례 없이 이변이 많이 속출한 해이긴 하다. 리그테이블 순위 변방에 있던 증권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대형 IB 순위는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ECM 주관 순위 1,2위에 오른 동양과 하나대투증권이 대표적이다. 동양이 ECM 리그테이블 순위에서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ECM 리그테이블 1위의 영예는 언제나 대형 IB의 독차지였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번, 1번씩 ECM 왕좌에 올랐다.

하나대투증권이 동양의 뒤를 이어 전체 주관 순위 2위에 오른 것도 예상 밖의 선전이다. 하나대투증권은 2011년까지 리그테이블 10~20위 권을 맴돌았다. 가장 좋았던 성적이 2011년 10위에 오른 것이다. 그랬던 하나대투가 2위권으로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반면 3번이나 ECM 왕좌 자리에 올랐던 우리투자증권은 7위로 2012년을 마무리했다. 현대오일뱅크, LG실트론 등 공모규모가 컸던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탓이다.

동양증권 IB맨의 전언처럼 일각에선 2012년 유독 도드라진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식시장 불황으로 ECM 거래가 급감한데다 대형 하우스들이 활약할 빅딜이 자취를 감췄다는 상황적 논거도 뒤따른다. 주식시장이 살아나 거래가 늘어나면 1위 자리를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물론 대형 IB와 경쟁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1위 자리는 더욱 빛났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평가와 관계 없이 동양과 하나대투가 보여준 실력에 근거한 절대평가도 필요하다.

동양은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 하나 없이 전체 ECM 1위 자리에 올랐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2008년을 제외하면 지난 3년 간 전체 ECM 주관 1위에 오른 하우스는 어김 없이 IPO 주관 1위 자리에 올랐다. 전체 ECM 실적에서 IPO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2012년 IPO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IPO 실적에만 의존했던 대형 하우스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이유이기도 하다.

동양은 STX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대표주관한 3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동부CNI 증자 1건 만으로 1위에 올랐다. STX는 오랜 불황 속에 IB마저 기피하는 업종이 돼버린 조선과 해운이 주력 사업이다. 동부그룹 역시 재무구조가 건실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동양은 '리스크 테이킹'이라는 IB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실권 발생 없이 성공리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하나대투증권은 IPO 시장이 사상 최악의 거래 기근에 시달린 가운데 일본기업 2곳을 공략하는 혜안을 발휘했다. 특히 상반기 먼저 선보인 SBI모기지 거래가 청약 흥행에 실패하며 실권주를 인수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하반기 SBI액시즈 거래를 성사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유상증자 거래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대한전선 역시 대형증권사들이 모두 발을 빼는 상황 속에서도 심지를 잃지 않고 거래를 완료시켰다. 수수료 순위에서도 2위에 오르며 실속을 챙겼다.

동양과 하나대투의 활약상만 보면 대형 IB 하우스에 못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걸 과연 대형 IB들이 실력 발휘 하지 못한 틈을 타 거둔 성적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게 맞는 걸까. 시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뚝심을 잃지 않고 기지와 혜안을 발휘한 덕분이라고 칭찬을 해 줄 수는 없는걸까.

사자를 정글의 왕이라 부르는 것은 왕에게도 어김없이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사자가 몸을 움추린다면 정글의 왕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무릇 진정한 무림의 고수라면 위기 상황에서 실력 발휘에 나서야 하는 게 맞다. 대형 IB들이 '이름값'을 하는 2013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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