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07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쏠림은 부실을 낳는다.' 금융의 철칙이다.외환위기 이전 무분별한 대기업 대출은 쏠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촉발된 가계대출 쏠림은 가계부채 900조 원 시대를 잉태했다. 2000년대 후반의 건설·조선업 몰빵 대출은 대규모 부실을 불러왔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집중은 쏠림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극단적 사례다.
거액의 단일 익스포저나 공통의 리스크 요소로 인해 특정 차주나 산업에 대한 신용 리스크가 치우쳐 있는 것을 ‘편중 리스크(concentration risk)'라고 한다.
과거 국내은행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은 과거 전체 대출자산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결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집중적으로 제공했던 농협 등은 여전히 부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축은행의 사례는 더 극단적이다. 일부긴 하지만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은 전체 대출채권의 70%를 넘기도 했다. 물론 PF대출을 일반 대출로 위장했기 때문에 대출 당시에는 전모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사실 부동산담보대출이었던 PF대출은 모조리 부실대출로 전락했다. 결국 부동산 PF대출이 많았던 저축은행은 어김없이 문을 닫았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에만 쏠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아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보험에도 쏠림이 존재한다. 바로 재보험 거래의 쏠림이다.
국내 손해보험사의 일반손해보험 재보험 의존도가 그렇다. 화재보험의 재보험 의존도가 49.5%, 해상보험은 56.9%, 특종보험은 53.2%다. 최근 7개년(2005 회계연도~2011 회계연도) 국내 손해보험사의 일반손해보험 재보험 의존도는 49.6~58.1%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수재물량(생명보험 포함)의 70% 이상을 코리안리가 수재하고 있다. 또 국내 손해보험사와 코리안리의 재보험미수금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1 회계연도 재보험 미수금은 3조 80억 원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 재보험 회사의 숫자가 많지 않고 대규모 재해에 대한 리스크 측정 등의 문제로 인해 재보험 쏠림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의 경우 유일한 전업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대표 재보험사라는 코리안리도 태국 홍수 사태로 인해 수천 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코리안리가 재보험금을 적시에 지급할 수 없거나 재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재보험 거래 쏠림으로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긴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나름대로 편중 리스크를 측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아예 특정 업종에 대한 여신 한도를 제한해버렸다. 그렇지만 재보험 편중 리스크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조치도 없다. 그런 면에서 국내 손해보험사의 코리안리 편중은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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