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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한명 한명이 장인인 은행" 정수진 하나은행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 인터뷰 ②

윤동희 기자공개 2013-02-15 11: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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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시장이 뜨겁다. 2015년에는 한국의 개인금융자산이 34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규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 시장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의 예대마진·위탁매매 사업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이 예상되는 2013년 PB시장에 대처하는 4대 은행의 전략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02월 15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 PB(Private Banker)의 평균 근속년수는 7~8년. 은행 자체 설문에 따르면 60% 이상의 고객은 10년 이상 하나은행의 PB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장기 고객이다. 또 50% 이상이 자신의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하나은행에서 관리하고 있다. PB와 고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수진 하나은행 부행장 02
정수진 하나은행 부행장(사진)은 "PB의 역량을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10년 이상된 장기 고객이고 해외에서 꾸준히 상을 받는 것을 보면 PB시장에서 하나은행의 위치가 견고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백발의 PB가 복수의 세대를 거쳐 한 가족의 자산을 관리하는 PB상(像)을 꿈꾼다. 다른 직무로 옮기지 않고 끝까지 PB로 머물며 고객과 관계를 이어가는 베테랑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고 말했다.

과거 PB 이용 고객의 자산은 원금보장형 상품 등 안전 자산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실제 운용이 잘되는 상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거액의 자산을 관리하며 고객의 일생과 고객의 가족(household)까지 관리하는 토탈 라이프 케어 개념으로 바뀌었다. PB의 역량이 이전보다 월등히 중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PB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PB가 되기 위해서는 '주니어PB → 예비PB → VIP 클럽 PB → 골드클럽 PB'로 이어지는 PB 고유의 커리어 플랜을 거쳐야 한다. 이 중 PB 인력 풀(Pool)이라고 할 수 있는 예비 PB는 행내 공모를 통해서 이뤄진다.

각 커리어 레별(Level)별로는 PB 스쿨(PB SCHOOL)이라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은행은 PB세미나, PB포럼, 공개강좌 등을 매월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PB 세미나와 PB 포럼은 매월 개최되는 것으로 세미나에서는 시장동향과 상품 강좌 등 전문지식을, 포럼에서는 소규모 PB모임을 갖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반기마다 자산관리워크샵을 개최해 외부 강좌를 진행하고 또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을 교육하는 공개강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선발제도 뿐 아니라 PB성과평가도 일반행원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하나은행 PB 평가표는 자산관리자로서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항목과 고객의 만족도와 관련 있는 지표인 고객수익률 항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고객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고객관리 과정지표를 반영하고 있다. 2013년도에는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지표를 추가해 투명하고 안전한 자산관리를 유도할 수 있는 평가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PB가 일반 행원과 다른 평가 제도를 적용받아야 하는 데는 PB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사실 일반 영업점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 PB는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관리, 수익성 관리에 업무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지점장은 여신, 법인관리, LCF(저원가성예금)와 같은 항목이 중요하다. 때문에 지점장이 고과를, PB부에서 실적을 따로 평가할 경우 PB 개인으로서는 본연의 업무와 관련없는 상품을 취급할 갈등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PB에 대해서는 사업본부에서 인사평가와 고과를 동시에 진행한다. VIP 클럽의 매니저의 경우에는 지점장 부하직원으로 근무하지만 지점장으로부터 평가를 받지 않는다. PB의 수익을 평가할 때 KPI에서 여신은 제외하고 예금, 신탁, 수익증권, 방카 등 가계 총판매에 가중치를 높게 주는 식이다.

이승태 PB사업본부 부장은 "최근 들어 은행이 수수료를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외환, 방카 뿐 아니라 수익증권, 집합투자증권상품을 지점장도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여신이나 법인 영업을 제외하고는 이제 PB와 지점장 간에 이해가 일치되기 시작해서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질의 PB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하나은행도 시장의 인력쟁탈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8년 이후에만 PB 30~40명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새로 PB사업에 뛰어드는 금융사들이 2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는 등 '금전적인 보상' 때문인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은행의 인력과 시스템 수준에 따라 성과보상 체계도 맞춰지면 최상이겠지만 기본 정책이나 분위기상 금전적인 보상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은행측 입장이다. 성과급이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등 노조의 입장이나 은행의 기본적인 인사 정책을 무시할 수 없고 근본적으로 PB라는 업에 성과급을 많이 주는 게 맞냐는 데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PB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력 차등은 반영하되 금전보다는 연수기회나 명예를 높여줄 만한 기회를 주는 방법을 먼저 검토 중이다.

정 부행장은 "일부 인력 이탈이 있었지만 조직이 흔들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핵심인력은 나가지 않았고 이들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본다"며 "10년 이상 책임자들이 많고 PB로 훈련받은 풀이 넓어 걱정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PB양성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05년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홍콩 SFC(증권선물위원회) 인가를 취득해 홍콩지점에 PB를 배치했다. 잠재력이 큰 중국을 대상으로 PB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2012년 하반기에는 하나은행의 현지법인인 중국하나은행(유한공사)의 현지 주재원, 교민 및 현지화 PB영업을 위해 국내 PB를 상해 홍췐루에 배치했다. 2013년에는 중국 광저우 지역, 인도네시아 등에 PB를 추가로 배치하여 PB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초에는 글로벌 인력양성의 일환으로 신입직원 중 중국인을 채용해 하나은행 PB본부와 리테일본부에 배치했다. 한국 PB영업의 노하우를 습득한 후 중국 유한공사에 배치하여 현지 영업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또 전략적 제휴 파트너인 길림은행과 PB영업 노하우 공유 및 업무 교류를 추진하고 있고 은행 내에 중국 데스크를 설치해 중국 내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길림은행과 연계한 상품 및 서비스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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