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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시장이 뜨겁다. 2015년에는 한국의 개인금융자산이 34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규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 시장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의 예대마진·위탁매매 사업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이 예상되는 2013년 PB시장에 대처하는 4대 은행의 전략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1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B의 전문성을 키우고 개별 상품에 주력하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세일즈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이상원 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사진)은 은행의 PB 사업은 근간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IB는 논외로 하더라도 금융상품 중에 사실 80년대 이후 혁신은 없었고 PB사업에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적인 금융 컨설팅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것이 느리지만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PB서비스는 소수의 히트상품에 집중하기 보다 고객 자산 전반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고객성향을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총 5단계로 분류하고 고객의 성향에 따라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 조절로 포트폴리오 모델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안전형은 자산의 85%를 예금 등 안전자산에, 나머지 15%는 채권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격투자형는 안전자산과 채권에 25%를, 주식형 상품에 75%를 배정하고 주식형은 다시 국내 주식과 해외 선진·이머징 마켓에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를 준다. 이처럼 고객 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 모델을 제시하면 여기에 PB가 개별 상담을 통해 상품을 끼워 넣어 실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 부행장은 "포트폴리오 투자가 완료되면 PB들은 월 단위로 자산을 관리한다. 우리의 모토는 'no push no surprise'다"라며 "상품을 추천하는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시장 환경이 변하면 처분할 자산을 미리 알려주고 대체 상품을 추천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잘돼야 한다. 고객을 놀라게 하지말고 미리 미리 고객 자산을 리밸런싱 하자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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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민은행도 타행들처럼 관심을 갖는 특정한 상품군은 있다. 특히 2013년에는 '뱅크론 펀드'를 주시하고 있다. 이 펀드는 미국·유럽의 회사가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론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미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뱅크론과 CLO투자에 많은 자금을 집행해 왔다. 자산 컨설팅에 부가적으로 붙는 서비스지만 아트뱅킹, 크루즈 여행 이벤트 등 토탈 라이프 케어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부행장은 여전히 포트폴리오 세일즈에 초점을 맞춰 기본기인 자산관리 컨설팅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행장은 "고객층이 젊어지고 있고 성향도 변하고 있다"며 "특히 부자들이 2008년 브릭스, 중국 등 해외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손실을 본 것처럼 오히려 금융지식이 많아 고위험자산에 지나치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 PB고객의 경우 더욱 포트폴리오 베이스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과거 PB고객군이 전통적인 자산가 집안에 집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 오너, 지분매각을 통해 부를 축적한 고객 및 고소득 샐러리맨 등으로 저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부행장 설명이다. 개별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 고객의 경우 부가 서비스 혜택이나 개별 종목 추천보다는, 전문적인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판단이다.
이 부행장은 최근 강남 파이낸스 센터에서 일어났던 사례를 들었다. 외국계 투자사들이 밀집한 이 빌딩에는 PB센터가 10개 가량 있는데 하루는 방문(work-in)고객이 찾아 왔다. 일반 영업점과는 다르게 PB센터에 이런 방문객의 수는 거의 없는 편이다. 당시 이 고객은 빌딩 전체의 PB센터를 대상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데 이 중 포트폴리오를 가장 잘 짜준 센터를 택하겠다고 했다. 비공식적인 경합 결과 그 고객은 국민은행의 PB가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택했고 자산 20억 원을 이 PB센터에 맡겼다.
이 부행장은 "앞으로는 이러한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PB들에게 사장이나 부사장,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고객을 발굴하라며 시야를 넓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은행권 전반적으로 큰 도약의 시기는 거치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의견이다. WM사업을 전폭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일관된 방향성과 5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데 행장, 부행장의 임기는 3년 내외로 짧았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상품을 라인업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맺은 스위스 은행 롬바드 오디에(Lombard Odier)와의 업무 제휴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는 분석이다. 은행은 롬바드 오디에와의 제휴를 통해 크게 △글로벌 투자 정보 강화 △글로벌 상품 라인업(Line-Up) 확충 △PB 인적 역량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국민은행은 롬바드 오디에와 매월 자산관리 전략회의를 거쳐 시장 전망 및 글로벌 전략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월간 투자전략 보고서를 작성, 고객에게 보다 강화된 글로벌 투자 정보를 제공 한다는 취지다. PB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거시시장을 보는 안목을 강화해야 하는데 국내 경제연구소, 증권사만으로는 아시아, 글로벌 시장 대해서는 커버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보강이 필요했던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롬바드 오디에의 CB(convertible bond) 펀드와 자산배분형 펀드 등을 상반기 중에 재간접 투자 형태로 출시 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롬바디 오디에는 자산 60조 원의 PB전문은행으로 이 은행의 노하우에 바탕한 다양한 상품을 소개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이다.
또 다양한 형태의 공동 세미나 개최와 우수 PB대상 홍콩 OJT 파견, 연계 글로벌 세미나 등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PB 전문성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원 부행장은 롬바드 오디에와의 저녁식사 당시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부행장은 이들에게 '어떤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어떤 상품을 파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1796년 설립돼 7대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 유서 깊은 은행에서는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 기대됐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5억 달러 이상의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공모형 펀드를 주로 취급하며 자산군(asset class), 지역별로 비중을 달리하며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배울 점도 많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포트폴리오 세일즈 전략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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