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21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도 이제는 해외투자의 시대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국내 자산가들이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우리나라 장기 국채나 공사채, 일부 회사채를 샀을 뿐이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산가 시장의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한 증권사가 브라질 국채를 팔겠다고 처음 내놓았을 때만 해도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생소했다. 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다 투자자보호가 어려워 증권사들조차 팔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증권사가 해외채권을 더 팔지 못해 안달이 났다. 브라질 국채 2탄은 물론이고 멕시코와 터키의 국채까지 조원 단위로 떼오고 있다. 하나같이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국이지만 정치·경제적인 불안기를 오래 겪었고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나라들이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팔린 브라질 국채가 3조 원 가량 된다. 딤성본드와 이제 막 팔기 시작한 터키와 멕시코 국채를 합하면 이 시장은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리스크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쏠림은 없을까. 과거 인기를 구가하던 금융상품 대부분이 리스크 점검 및 관리 실패로 개인들에게 큰 상처를 줬던 데자뷰(deja vu)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해당 국가 경제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선뜻 고개가 끄덕여 지지 않는다.
대부분 증권사는 해외채권에 대해 상품팀과 영업팀 위주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리서치센터에서 깊이 있는 리포트를 내고 있는 증권사는 거의 없다. 우리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 외국 정부의 신용위험을 분석하고 있지만 지속성에 대한 보장은 없다. 증권사들이 파는 해외 국채의 만기가 10년 정도로 긴데, 그 기간동안 계속 분석 서비스를 해 줄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
채권영업팀의 분석은 결국 현재의 '영업'을 위한 도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거나 다른 국가 혹은 다른 상품이 히트를 치면 분석은 중단되거나 포커스가 달라질 게 뻔하다.
또 하나 증권사별로 해외채권 상품에 대한 경쟁력 혹은 차별성은 없다. 수수료가 차이날 뿐 어디 증권사를 통하면 더 좋은 정보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분석의 정확성과 깊이 등 그 질(quality)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걷어들이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혹자는 "그냥 해외에서 채권을 떼어 와서 국내에 파는 중개상에 그치는 수준이다. 한 마디로 '봇짐장수'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 상품이 얼마나 좋고 나중에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당장 이문을 남기는 데만 열을 올리는 증권사들을 비꼬는 말이다.
해외채권에 너나 없이 뛰어들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에게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팔았고 또 팔고 있는 증권사들이라면 스스로를 되짚어 보길 바란다. 봇짐으로 나르기에는 짐이 너무 커졌고 또 무거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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