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들쭉날쭉 RBC비율 지주사 설립·제도변경 영향으로 RBC비율 급락…내달 지주 증자해도 회복 힘들듯
강예지 기자공개 2013-03-15 14:54:17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을 공표했다. 개별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당국이 공개한 것은 1999년 지급여력비율 도입 이후 처음이다. 자본시장 전문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은 RBC비율 공개의 의미와 함께, 국내 보험사의 RBC비율 현황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5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하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들쭉날쭉'이다. 보험사로서는 유일하게 지주회사를 출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렸지만 2년만에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해졌다. 사업 전략에 따른 지주사 설립이나 제도변경에 따른 타격은 어쩔 수 없어도 유상증자의 부적절한 타이밍과 과도한 상품 판매에 따른 RBC 비율 하락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음달 유상증자로 당장 RBC 비율이 소폭 올라가긴 하겠지만, 향후 제도 개선에 따른 영향을 감안하면 사후 처방에 불과하다.◇ 2년만에 292.3%→173.6%…유상증자 타이밍, 판매 속도 조절에 의문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은 2012년 12월말 현재 173.6%다. 시장점유율 기준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중 가장 낮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은 292.3%였다. 금융당국의 권고수준(200%)을 크게 웃돈다.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이 고꾸라진 것은 지주사 설립 직후다. 메리츠화재는 2011년 3월 보험사로서는 유일하게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2010년말 기준 자기자본의 약 30%에 해당하는 자본금을 썼다. 지주사 분사 후 RBC 비율은 93.6%포인트 하락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주사 분사는 전략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지주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규모를 고려했고 그에 따른 RBC 비율 하락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한 번 떨어진 RBC 비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지주사로 전환한 해인 2011년 4월에는 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되면서 회계 제도가 전면 변경됐다. 무엇보다 같은 해 6월 금융감독 당국이 금리위험액 산출방법을 바꾼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 관계자는 "재작년 4월 K-IFRS 도입이 업계 전체 RBC 비율에 대해 '마이너스' 요인이었다면 금리위험액 산출식 변경은 악재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부터 타깃을 정해 관리해온 자산·부채 듀레이션과 상관없이 준비금 규모에 비례해 위험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도 효과'로 인해 RBC 비율은 산출식 변경전인 2011년 3월보다 22.6%포인트 낮아졌다.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매칭율이 80% 이상으로 업계 최저 수준의 금리리스크를 유지해왔지만, 준비금 규모에 비례하는 '최저금리위험액'을 쓰면서 제도 변경후인 2012년 3월 금리위험액은 650억 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6배 껑충 뛴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제도변경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9월 96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주사 설립과 두 차례의 제도 변경을 거치면서 떨어진 RBC 비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본확충 효과는 3.2%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창립 9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통합보험 '메리츠 케어프리보험 엠-바스켓(M-Basket)'으로 인해 매출은 급성장했지만, RBC비율 관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9월 출시 이래 엠-바스켓의 매출액은 수직 상승했는데, 이에 대해 적립해야 할 자본량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은 9월보다 13.4%포인트 하락했다.
판매 상한선인 목표금액의 120~130%에 가까워지면서 메리츠화재는 판매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엠-바스켓이 장기 인보험 평균 매출액 50억 원 수준을 훌쩍 넘어 6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출시한지 몇 달 안되어 목표치를 채웠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판매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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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C 비율, 지주사 지원에도 원래 수준 되찾기 힘들 듯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지원을 위해 다음달 중 1500억 원 상당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분사로 하락했던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이 이번에는 지주사의 '지원사격'으로 올라가는 모양새다.
투입 금액에 따라 20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금액이 메리츠화재에 투입되느냐에 따라 RBC 비율에 미칠 영향이 다르다"면서 "1500억 원 전액 투입시 RBC 비율 200%, 1000억 원 투입시 190%로 오르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4월 현금흐름방식(CFP) 도입, 보장성보험의 신계약비 이연한도 축소 등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을 앞두고 있어,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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