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3월 21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혼란이 일어났다. 지난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의 'KB금융지주 2013년 정기 주주총회 안건 분석보고서'가 발표된 뒤부터다. 주주가치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혼란이다.ISS는 보고서에서 "관료 출신 이사들 때문에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가 실패했다. KB금융지주는 오래 전부터 관료 출신의 이사를 선임해왔다. 관료 출신 이사들이 주주가치를 우선하는지 자신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우선하는지 의심스럽다. ING생명 인수는 KB금융지주에게 매력적인 기회였다. 이런 기회를 망친 이사회로 인해 KB금융지주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ISS가 말하는 주주가치 제고란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KB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는 것을 말한다. KB금융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하면, 실제로 KB금융지주의 ROE는 높아진다. KB금융지주와 ING생명의 자본금 규모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ISS는 ING생명 입찰 가격으로 2.42조~2.9조 원을 승인했던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입찰가격이 2.25조 원으로 떨어졌음에도 인수에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2.42조~2.9조 원의 입찰가격을 승인해준 것은 사실이다. 최종 협상 가격이 이사회가 승인한 것보다 낮은 2.25조 원으로 떨어졌음에도 인수에 반대한 것 역시 사실이다. 최종 협상가격 2.25조 원에 중간배당금, 합병위로금, 이탈설계사 유지비용 등의 이면계약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반대했다. 또 ROE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고가 인수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염려했다. ING생명 인수를 검토했던 신한금융지주나 교보생명 등이 생각한 적정가격은 1.5조 원 정도였다.
ISS는 또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M&A가 결렬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M&A 협상의 최종 단계에서 이사회가 반대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사회가 M&A를 부결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M&A 과정에서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ING생명 M&A 과정을 보면,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이사회가 가격 재협상을 요구해 인수가격이 2.25조 원까지 떨어지는 보기 드문 결과가 나왔다.
"전직 관료 출신을 이사로 선임하고, 이사 선임 과정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래된 관행으로 인해 KB금융지주의 리더십이 걱정된다."는 ISS의 지적은 타당하다. 이사회는 독립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ISS가 지목한 이경재·배재욱·김영과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검증한 뒤 찬반을 결정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KB금융지주 경영진의 이상한 대응이다. ISS는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인 이달 11일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컨퍼런스콜을 했다. 보고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컨퍼런스콜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윤대 회장은 "ISS 보고서가 나온 뒤에야 이번 사안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KB금융지주 경영진이 ISS에 충분한 소명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KB금융지주는 작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선정한 기업지배구조 대상 기업이다. KB금융지주 정관은 이사의 직무를 이렇게 적고 있다. "대표이사는 이 회사를 대표하고 이사회의 결의사항을 집행하며 이사회가 정한 바에 따라 회사업무를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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