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프리미엄 인정하고 관계인인수 제한 풀어야" 희망금리 현실화 필요…"기업 사전 수요조사 필요" 지적도
황철 기자공개 2013-03-26 18:24:28
이 기사는 2013년 03월 26일 1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 더벨 크레딧 포럼에서는 발행사·증권사·운용사·정부·학계 등 자본시장 핵심 이해관계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회사채 수요기반 확대와 기업 자금조달 효율성 강화'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입장차는 분명했다. 무엇보다 수요예측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기도 했다.채병권 대우증권 IB사업부문 이사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의 발표에 이어 이도윤 삼성자산운용 상무, 이정수 금융투자협회 상무, 김학수 금융위원회 과장 등 IB·투자자·금융당국의 핵심 인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희망금리밴드의 현실화 △불성실 수요예측 참가자 제재안 개선 △미배정 문제의 해법 △외국인 및 리테일 수요의 흡수 방안 등 회사채 시장을 한 단계 도약하게 할 핵심 쟁점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 운용사 "과도한 저금리 제시 시정, 관계인 인수 제한 풀어야"
이도윤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수요예측의 도입 취지인 공정한 가격결정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제도가 서서히 정착하고는 있지만 아직 수급에 기초한 북-빌딩 과정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과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금리가 투자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채 시장에 더치(Dutch auction)나 컨벤셔널(Conventional auction) 등 새로운 입찰 방식을 적용하는 것 또한 고려해 볼만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상무는 "수요예측 제도 도입 후 발행 금리 결정 과정이 투명해 지고 시장 참가자간 인식의 괴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발행사의 요구에 의해 민평수익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민평보다 낮게 혹은 높게 들어가려는 다양한 의사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반영해 적어도 밴드 상단은 민평보다 다소 높은 쪽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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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불성실 수요예측 참가자에 대한 제재도 형평성 차원에서 발행사 등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수요예측 결과를 무시하고 발행을 철회하는 것에 대한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것.
이 상무는 "희망금리는 물론 수요예측 이후 발행금리 역시 최종적으로 발행사와 주관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라며 "수요예측 결과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더치나 컨벤셔널 입찰 방식을 회사채 시장에 응용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우량 채권 활성화와 회사채 시장 수요기반 확대와 관련해서는 앞선 토론자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운용사·연기금 등의 자율규제, 금융당국과 감사원의 규제로 BBB급 투자가 봉쇄된 것부터 풀어야 한다는 입장. 또 채권투자평가를 개별 종목에서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수요기반을 확대하고 비우량 채권 편입을 늘릴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는 관계인수인의 투자제한에 대해 완화를 요구했다. 계열 증권사가 중개한 물량을 운용사가 펀드에 편입할 수 없게 한 규정은 수요기반 확대와 유통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금투협, "듀-딜리전스 강화, 크레딧IR 확대..발행사에 프리미엄 줘야"
이정수 금융투자협회 상무도 관계인수인 문제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 기관투자자의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다소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이 상무는 "하나의 딜에 10개 이상 IB가 인수단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라며 "이 같은 경우 관계인으로 엮인 수많은 자산운용사가 물량을 담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한 가격결정을 위한 선행조건인 기업실사 강화와 크레딧 IR에 대해서는 발행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현실적 유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상무는 "법무법인, 회계법인을 활용해 듀 딜리전스를 강화하는 것은 정보투명성과 비대칭성 해소, 주관사의 법적 리스크 감소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라며 "크레딧 IR 역시 같은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행사가 지게 될 비용 등 추가적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우량채권을 편입할 한국형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서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장기적 과제로 시장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신중론을 폈다. 투명성 강화, 정보비대칭성 해소라는 선결과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증권사의 마켓메이킹 능력도 아직은 외국인을 끌어들이기에 미흡하다는 것.
무엇보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며 끌고 가는 구조를 개선해 연기금 등 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대중적인 회사채 펀드를 정착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이 상무는 "기관투자자의 운용지침을 바꾸거나 대형 하이일드 펀드를 만들어 최소 2~3년간 꾸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증권사의 IB와 PI가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 수 있고 국민경제 지원 차원에서 연기금이 분산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증권사가 제대로 딜 메이킹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미배정 물량, 일정 기간 저가 매매금지 타당성 검토"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은"시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리 결정 체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발행사와 IB, 투자자간의 인식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요예측 제도의 가장 큰 동인은 위험을 제대로 보상할 수 있는 금리체계를 만들자는 것인데 실제로는 발행사 위주의 관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라며 "미배정 발생 시 유통시장에서 덤핑으로 판매하는 행위 등을 제한하기 위해 '증권사 인수 후 일정기간 고금리 매각 제한' 등 여러 안들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예측이 도입된 후 겪게 되는 발행사의 고충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과거 사전매출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시장조사 차원의 금리 제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차재연 KT 상무는 "해외에서는 투자자와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수요를 파악하고 금리 산정에 참고한다"며 "시장 수요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주관사가 제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에서 원하는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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