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 한솔·CJ 지주사行' 삼성·신세계는? 창업주 장남·장녀 그룹 지주사 전환..지배구조 개편 행보 '촉각'
문병선 기자공개 2013-04-09 13:39:28
이 기사는 2013년 04월 09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CJ·삼성·신세계 등 범삼성가 그룹 중 한솔과 CJ가 지주회사행을 선택했다. 한솔과 CJ는 창업주의 장녀와 장남이 이끌거나 지원했던 그룹이다. 순차적으로 보면 창업주 삼남과 오녀가 이끄는 삼성과 신세계 차례가 왔다. 지주회사 전환은 순환출자 해소 뿐 아니라 후계승계와 밀착돼 있어 한솔그룹의 변화를 계기로 범삼성가 전체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9일 재계 및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CJ그룹에 이어 한솔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범삼성가 그룹 중 남은 삼성과 신세계의 지배구조 개편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 변화의 모티브를 주는 국내 최대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로, 다른 재벌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대그룹 중에서 국내 최대인 범삼성과 범현대가의 지배구조 개편이 없었던 편이어서 한솔에 이어 이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뒤따를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부쩍 늘었다. 한진그룹은 얼마전 대한항공의 분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한솔그룹이 한솔제지와 한솔CSN을 각각 2개 회사로 분할하고 분할된 투자사업체끼리 합병해 한솔홀딩스를 세우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부쩍 중견그룹과 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늘고 있는 건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영향이 크다.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은 정부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범삼성가다. 특히 삼성그룹은 국내 최대 그룹으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늘 거론돼 왔던 곳이어서 최근 지주회사 전환 바람을 타지 않겠느냐는 설이 솔솔 흘러 나온다.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과 신세계는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삼성은 금산분리 문제가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은 이미 돌아갔고 내부 인력도 충분해 자체적으로 컨설팅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점증한다. 삼성은 지난해 초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어느 정도 끊어 놓았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자사주를 15.23%까지 늘리며 실제 지주회사 전환의 필수 코스인 인적분할 요건을 최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 2개 회사로 2011년 분할을 완료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2007년초 떳떳하게 증여세 3300억원을 납부하고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아 후계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또는 신세계를 다시 투자사업체와 유통사업체로 물적분할을 하는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이 비교적 용이한 단계에 있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분위기를 탐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기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은 곧바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며 "다만 그 전에는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다. 이 중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핵심 계열사여서 현행법 체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새정부 들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둬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새로운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확정되지 않았다.
신세계는 순환출자 고리로 엮여 있지 않아 삼성그룹보다 더 쉽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최대주주 자리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자녀들에게 삼성에버랜드 지분 대부분을 넘긴 삼성그룹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3세로의 최대주주 자리 승계 여부가 더 중요한 관문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재계는 삼성이나 신세계가 지주회사 전환 바람을 피하진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그룹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시행됐으나 지주회사 내 계열사는 과세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점도 지주회사 전환을 유인한다"며 "정부 정책 등 여러 요건을 감안할 때 한진그룹과 한솔그룹처럼 예상보다 빨리 지주회사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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