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4월 10일 0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 쉰들러그룹이 진정으로 품고 있는 생각은 뭘까.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건전한 행보일까, 아니면 또 다른 '꼼수'가 숨어있는 것일까.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의 상황을 볼때는 후자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기업의 가치 증진을 위한 움직임에도 '무작정 딴죽 걸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소송으로 시작된 양방의 다툼은 이제 소소한 '시비'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들어 쉰들러의 반대로 무산된 사업정관 변경이다. 지난달 27일 현대엘리베이터는 포장공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려고 했다. 3분의2 주주들의 찬성을 얻어야 했는데, 35% 지분을 보유한 쉰들러의 반대로 부결됐다.
정상적인 2대주주라면 지금처럼 훼방을 놓을만한 이유가 별로 없다. 기업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신사업을 찾아 나선다는 목적이었다. 당장 투입해야할 비용이 많지도 않은데다, 기존 엘리베이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는데 2대주주가 앞장서서 이를 막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반대'다.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가 결정했던 1000억 원대 유상증자를 막아선 것도 대표적인 '시비걸기' 중 하나로 거론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일반공모 방식의 증자를 추진하자 법원에 신주발행금지(160만 주) 가처분을 제기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에서 "법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하며 유증 일자는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유증을 결정했던 이유는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었다. 유증에 실패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1분기 말 부채비율이 270%대에 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쉰들러는 이를 무작정 반대하고 나섰다. "현대상선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수단"이란 주장을 펼쳤다. 2대주주임에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셈이다.
과거 회계장부열람 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쉰들러의 의도는 순수하게 비쳐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래전부터 희한한 방식의 파생상품 계약을 다수 맺고 있었다. 현대상선 주식과 연계해 주가가 떨어지면 기준가와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보전해주는 계약이다. 넥스젠캐피탈, NH농협증권 등 국내외 다수의 FI들이 들어와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손실 리스크는 상당했다. 한해에 많게는 1800억 원대까지 평가손실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는 "저가에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지분을 직접 인수할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최대 5000억 원대 이득을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손실 규모를 볼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쉰들러는 세부적인 계약이 담긴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나섰다. 파생상품 계약이 자칫하면 심각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행동에 일면 동의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적대적 M&A 방식으로 인수하려는 수단"이란 현대 측의 주장과 쉰들러 측에서 사업부 매각을 타진한 소위 '라자드제안서'가 공개됐을 때도 '옛일'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쉰들러가 취하고 있는 행동은 앞서의 생각들이 완전히 옳지만은 않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주주로서 진정 회사의 기업가치를 생각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법원은 회계장부열람 소송 항소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만약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고 대법원에서도 이런 판결이 확정된다면, 쉰들러가 과연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지 불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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