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승계…'정답'이 없다 신한·하나, 현직 CEO가 승계 직접개입…KB·우리금융, 초보단계
윤동희 기자공개 2013-04-16 09:00:12
[편집자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이달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6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언급하면서 지주사 회장의 제왕적 권력 축소와 사외이사의 권력남용에 대한 수술 의지를 밝혔다. 회장 1인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계열사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자기권력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금융지주사 회장의 제왕적 권력은 지배구조상 최고경영자(CEO) 승계 리스크에서 표면화된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사 특성상 안정적인 권력승계는 조직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2010년 말 벌어진 '신한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제왕적 CEO에 의한 권력 독점은 전횡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CEO 승계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CEO 승계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낙하산'이 관행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금융감독원은 유사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2011년 지주사들에 경영승계 프로그램 마련을 지시했다.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시에도 조직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전문성을 갖춘 CEO 후보를 미리 발굴하고 육성해 놓으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주요 금융지주사의 CEO 승계프로그램 현황을 살펴보면,신한지주와 하나지주는 현직 회장을 승계 프로그램의 운영 주체로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외부 인사로만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활용도 면에서는 신한지주나 하나지주가 앞서 있지만, 현직 회장을 승계 프로그램의 운영 주체로 포함시킨 것은 제도 도입 취지로 봤을 때 부정적이다. 다만,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도입 초기 단계다.
◇ 신한·하나 승계계획 도입 운영…우리·KB는 시늉만
'신한사태'를 겪었던 신한금융지주는 가장 체계적으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은행 단계에서부터 CEO 승계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지주사 차원에서도 매년 관련 안건을 점검하고 있어 타 지주사에 비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경우 프로그램은 도입했지만 활용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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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2011년에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신한지주가 가장 먼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순으로 경영진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승계 프로그램은 모두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CEO 후보군은 주요 계열사 사장 및 임원급 인력으로 한정돼 있다. 모두 후보군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승계 프로그램 도입 후 실제로 이사회에서 매년 승계안을 검토하고 운영하고 있는 곳은 신한과 하나 두 곳이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도 각각 2011년 9월, 2012년 1월에 경영진 양성 프로그램을 수립했지만 현재까지 이사회에서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결의를 내린 적은 없다. 실제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는 초보 단계로 풀이된다.
한편 KDB금융지주의 대표이사는 금융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때문에 회장직을 위한 승계 및 양성 프로그램은 따로 구비돼 있지 않다. NH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설립돼 아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만한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효성은 시기상조…'은행'출신 우대 경향도 극복대상
일부 지주사가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은 여전히 검증 대상이다. 도입 시기가 2011년 하반기이고 준비기간을 거쳐 실제로 지주사 회장 후보군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것은 지난 한해 뿐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회장이 선출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경우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프로그램 도입 여부를 떠나 후보군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국내 금융지주 특성상 은행 비중이 타 자회사에 비해 덩치가 큰 탓에 회장직을 대부분 은행출신이 맡고 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신한은행 출신이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은행장 출신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한일은행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쪽에만 힘이 실리게 되면 지주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없어진다"며 "지주회사 수장을 뽑는다면 은행 출신을 우대할 것이 아니라 비은행 출신을 동등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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