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경영승계 프로그램 첫 사례 경발위서 회장·계열사 임원진 통합관리…사외이사 전문성 부족은 문제
윤동희 기자공개 2013-04-18 11:57:05
[편집자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이달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8일 11: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회장 승계, 추천부터 계열사 임원진 양성까지 그룹의 핵심 인사권을 쥐고 있다.하나금융지주는 2011년 2월 '기업지배구조규준'을 마련하며 경영승계 계획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경영 승계 프로그램 수립을 완료한 것은 2011년 12월이다. 한달 뒤 후보군을 선정하고 연초마다 승계계획 승인해 실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주체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경발위다. 하나금융지주의 특징은 이 경발위가 지주 회장 CEO 승계계획을 포함해 계열사 전체 임원진의 승계 프로그램까지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 회장과 행장, 각사 사장을 평가하는 동시에 후보군 양성, 선임절차에 관여한다. 경발위가 하나금융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셈이다.
회장 승계 프로그램과 관련해 경발위는 매년 승계계획을 검토하고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평가하고 있다. 후보군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은행장 및 각 계열사 사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4~5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는 매년 이뤄진다. 주로 업무 성과나 능력을 검증하는 정량적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
회장 추천 작업에 경발위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존재감은 그대로 유지된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비상설 기구로 회장 유고 시 지주회장 1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다. 이 때 위원회는 경발위와 이사회 운영위원회의 인원들이 전원 모여 회추위를 결성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현직 회장이 후보로 추천되면 위원회에서 제외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후보 추천 단계에서 내외부 인사 모두를 추천 받는다. 후보 나이는 60대 초반까지가 우대된다. 하나금융지주 정관상 이사의 나이가 70세로 제한되고 지주 내부적으로 6년 이상 이사로 재직하는 것을 권장하는 만큼 63세가 넘어가면 연령선호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소극적 요건을 제외하고 외부 인사 추천을 원칙적으로 막지 않고 있다.
회추위에서는 후보를 두 단계에 걸쳐 검증한다. 1차 평가에서는 정직성, 진실성 등 기본적 요건을 보고 2차 평가에서는 전문성을 비롯해 정성적 평가 항목을 마련해 놓고 후보를 최종 선택한다. 평가항목에 '기업가 정신'이 마련돼 있어 간접적으로 하나금융의 문화를 이해하는 인물이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2011년 말 해당 프로그램 마련 후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단행했고 그 결과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선출됐다.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승계계획을 통해 내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출한 선례가 됐다.
|
경발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이다. 경발위는 규정상 이사회에서 선임된 5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이 돼야 한다. 반드시 사내이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항상 회장 1명에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이뤄져 왔다. 이달 기준으로 멤버는 김정태 회장과 허노중, 이상빈, 오찬석 사외이사다.
이중 허노중 사외이사는 지난달 경발위 멤버로 새로 편입됐다. 올해 신규로 선임된 오찬석 사외이사도 허노중 사외이사와 같은 시기에 새롭게 경발위 위원으로 들어왔다. 이상빈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신규선임된 뒤 경발위로 들어와 활동한지 갓 1년이 넘었을 뿐이다.
지난해는 아예 경발위 사위이사가 물갈이 됐는데 2011년 3월 김각영, 조정남, 이구택, 허노중 사외이사로 구성됐던 경발위는 지난해 3월 각각 퇴임, 퇴임, 위원회 변경, 위원회 변경의 사유로 경발위에서 모두 나갔다. 지난해 3월부터는 유병택(위원회 변경), 김경섭(위원회 변경), 이상빈(선임) 사외이사가 경발위 멤버로 편입됐지만 지난 3월 다시 유병택, 김경섭 사외이사가 퇴임하며 신규로 허노중, 오찬석 사외이사를 받게 됐다.
2011년엔 5명 중 1명, 2010년에는 3명에서 1명이 빠지고 2명이 새로 선임됐다. 2009년과 2008년, 2007년에는 위원회의 전폭적 교체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들어 사외이사의 교체가 잦아지고 있다. 경발위가 그룹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띈 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기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실제로 허노중 사외이사는 2010년 경발위 위원으로 들어온 뒤 지난해 위원회 변경으로 제외됐다 올해 다시 경발위로 편입됐다.
반면 회장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그룹에 대한 이해도나 성과평가기준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가진 인물이 회장 하나로 압축되는 셈이다.
사외이사의 잦은 교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 이벤트로 최근 몇 년 사이 지주 인사에 대폭 변동이 있었다"며 "일환으로 지주 사외이사를 외환은행 쪽으로 내려보내자는 논의도 있었는데 독립경영 문제 등으로 인해 해당 계획을 접고 원상복귀됐다"고 말했다.
추후 회장이 후보로 포함돼 회추위 멤버에서 제외된다 해도 평소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차기 회장 선출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인사권이 회장에 집중될 수 있어 재임기간 중 회장의 발언권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는 보상위원회에 들어가는 사외이사의 임기가 2년으로 제한돼 있다"며 "규준에 맞춰 임기를 돌리고 있기 때문에 이사의 교체 시기가 짧은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