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들어간 채권단, '독박'은 싫다 100% 동의 얻어야"…회사채 만기 앞두고 고민
안경주 기자공개 2013-05-10 15:35:15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0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그룹을 살리자고 저희(은행)가 죽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국민경제'라는 명분을 감안하면 지원을 안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STX그룹 채권단이 장고에 빠졌다. STX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STX중공업·STX엔진 등 3개사에 대한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늦어도 13일까지 전달해 달라고 했지만 아직 입장조차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제외한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금융기관들은 여신협의회 등 내부 회의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배구조상 지주사인 ㈜STX 상단에 위치한 포스텍 역시 자율협약을 신청해 채권단의 자율협약 수용 여부에 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간 웅진그룹과 같이 STX그룹의 사실상 해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TX·STX중공업·STX엔진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포스텍은 우리은행에 각각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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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 살리기 위해 '독박' 쓸 수 없다"
STX그룹에 대한 지원을 놓고 채권금융기관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STX 때문이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국가 기간산업 방어'라는 명분 때문에 자율협약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또 자율협약 후 정확한 현장실사가 필요하지만 최근의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충분히 기업이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STX에 대해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대신 갚아주면서까지 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상거래 채권(매출채권 등)을 갚기 위해 은행들이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개인의 투자책임인 회사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는 STX그룹 회생을 위해 필요한 자금만 올해 3조 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STX 회사채 규모는 5500억 원, STX그룹 회사채 규모는 9800억 원이다. 회사채만 제외하더라도 1조 원 가량의 추가 지원자금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회사채 상환을 제외한 신규 자금 지원'을 골자로 한 자율협약 방안을 금융감독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채권은행 관계자는 "조선·해운업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채 상환은 어렵다는 게 내부의 주된 분위기"라며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뜻을 산업은행 등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채권금융기관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STX 회사채 2000억 원의 만기일인 오는 14일까지 자율협약 수용 여부가 결정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자율협약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적용을 받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과 달리 채권금융기관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회사채를 보유한 개인·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30% 현금상환과 나머지 자금에 대한 상환유예 등 절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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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채권금융기관에서는 자율협약 체결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C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STX를 굳이 살릴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업지주회사지만 사실상 석탄 등 트레이딩 부분에 집중돼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TX 매출 규모는 4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원유·석탄 수입 등 무역상사 업무를 제외한 매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지주사가 해체되더라도 STX조선해양·STX중공업·STX엔진 등 주력 계열사들을 살리는데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TX 상단에 있는 포스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웅진그룹 방식의 구조조정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STX그륩의 사업구조 형태로 봤을 때 주력 계열사만 살리는 방식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 같은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C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향후 STX그룹 회생을 위해 추가로 들어갈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것보다 법정관리 등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다만 지속사업 가능성이 있는 주력 계열사와 지주사인 ㈜STX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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