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몸' 조선 계열사, 회생방안 '딜레마' '메탈→엔진→중공업→조선' 수직계열..내부거래 커 채권단도 '부담'

박창현 기자공개 2013-05-15 10:36:02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5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그룹 조선 계열사들은 사실상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철저한 수직계열화에 따라 상호 의존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단 주도로 STX그룹에 대한 다양한 구조조정안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내부거래로 엮여 있는 계열사들이 구조조정 후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독자 생존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clip20130514180437

STX그룹은 'STX메탈(현 STX중공업) → STX엔진 → STX중공업(구) → STX조선해양 → STX팬오션'으로 이어지는 빈틈없는 조선 수직 계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엔진 부품 및 모듈 등 조선 기자재부터 엔진· 선박제작, 조선 플랜트까지 조선 부문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 사슬)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해운 계열사(STX팬오션) 즉, 매출처까지 확보하고 있는 구조다.

수직계열화 체제 하에 조선 계열사들은 상호 안정적인 매출처 역할을 담당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그에 따른 효율성 제고 효과도 기대됐다.

실제 지난해 STX메탈이 STX엔진과 STX중공업(구)를 통해 달성한 매출 규모만 7892억원에 달했다. STX엔진과 STX중공업(구)은 다시 STX조선해양에 조선 기자재를 납품해 각각 1033억원, 3118억원의 매출 실적을 쌓았다. 중국 계열사인 STX대련조선유한공사 역시 STX조선해양과의 선박건조 용역 거래로 451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수직 계열화 마지막 단계에 위치한 STX조선해양은 최종 매출처인 STX팬오션에 선박 완제품을 팔아 지난해에만 7397억원을 벌었다. 부품 생산부터 완제품 생산, 판매까지 완벽한 수직 계열화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다.

하지만 조선 업황이 장기 불황에 빠지자 감내해야 할 고통 역시 배가 됐다. 단일화된 포트폴리오로 인해 적자 영업이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고 결국 STX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STX채권단은 현재 STX그룹 내 국내 조선 사업만 살린다는 기본 취지 아래 비조선 계열사에 대한 처리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국내 사업 부문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규모가 큰데다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TX중공업과 STX엔진 합병 후 매각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조선 계열사가 한 몸이나 다름 없는 만큼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무 건전성 회복 후 개별 매각에 나서더라도 높은 내부 매출 의존도 탓에 인수 매력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clip20130513175538

상호 의존도는 조선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더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STX메탈은 총 1조원에 달하는 계열사 내부거래를 했다. 이 가운데 8784억원이 매출 거래, 나머지 1307억원이 매입거래였다. STX메탈이 같은 기간 총 9075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97%에 육박한다.

STX엔진 역시 내부매출 비중이 74.7%에 달했다. 전체 1조2132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9062억원이 계열사 거래였다. 주요 매출처는 STX중공업(구)과 STX조선해양, ㈜STX였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1조3008억원 규모의 특수관계인 대상 내부 거래를 단행했다. 매출 거래가 5832억원, 매입거래가 7976억원이었다. 총 매출에서 내부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었다.

STX조선해양은 수직 계열화의 마지막 계열사인 만큼 내부 매출과 매입 거래액 모두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4017억원에 달했고 매입액 역시 1조7174억원을 기록했다.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은 22.53%로 집계됐다.

부품을 조달하는 전방 사업 계열사의 경우,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컸다.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 시키더라도 개별 매각 등 다른 자금 회수 방안을 강구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내부 거래를 끊더라도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판매망과 기술력을 시장에서 공인 받는 것이 또 하나의 구조조정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TX조선 계열사를 분리할 경우, 기업 가치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단이 당장은 모든 계열사를 떠안고 가는 구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직계열화 체제가 고스란히 채권단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TX그룹 조선 계열사들은 수직계열화 사업구조 특성상 한 덩어리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부 단위로 매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개별 사업부 인수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사업부로는 STX엔진의 방산엔진 부문이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