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대주주 '고통분담' 어떻게? 지분처분권 일임만으론 부족..대주주 차등감자 등 뒤따를 듯
문병선 기자공개 2013-05-15 10:37:02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5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TX의 자율협약이 성사되면서 STX그룹의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관심이 쏠린다. 자율협약인만큼 대폭의 자본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준하는 자율협약이라는 점에서 대주주 차등감자 등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모든 지분처분권을 채권단에 일임한 상태로 부실경영의 책임 또한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15일 채권단과 재계에 따르면 채권단 공동관리를 겪은 다수의 기업 오너는 비록 자율협약이라 해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분율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오너들은 대부분 공동관리를 겪으며 차등감자를 수용했다.
가장 가까운 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대주주 차등감자를 실시했다. 금호산업의 경우 당시 최대주주였던 금호석유화학은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고 금호산업 차등감자를 수용, 장부가 2284억원에 달했던 금호산업 보통주 925만여주를 거의 전량 무상감자했다.
워크아웃 기업만이 아니다.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한 금호석유화학 역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율은 희석됐다. 금호석유화학은 구조조정 초기인 2010년 5월 채권단을 상대로 2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당시 CB를 샀던 산업은행은 이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해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14.05%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공적 워크아웃과 다소 다르지만 사적 워크아웃 사례에서도 오너의 책임을 묻는 사례는 빈번하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2007년 사적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채권단의 의견을 수용해 보유 주식 전량을 무상감자했다. 사적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말 그대로 채권금융회사들간 협약에 의해서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이지만 대주주의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부과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사적 워크아웃에서 공적 워크아웃으로 전환한 진흥기업의 경우도 대주주인 효성은 감자 후 출자전환을 수용했다.
◇구조조정 초기 오너 책임 물어야 구조조정 성공
채권단 공동관리 기업의 오너에게 책임을 씌우는 일은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 외에도 기업 구조조정 전 과정이 원할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명분이 크다. 은행권 고위 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할려면 초기부터 오너의 기를 눌러야 한다"며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구조조정 과정 내내 힘겨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오너와 샅바 싸움에서 밀려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은 사례는 S기업이다. 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맡은 은행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경험이 많은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 대다수 은행은 스킬이 부족한 편"이라며 "가장 후회되는 일은 초기 자금지원 결정의 기로의 시기에 해당 기업 오너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오너의 영향력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STX그룹 역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강덕수 회장을 상대로 채권단이 우월적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채권단 내부 기류다. 물론 강 회장은 모든 지분처분권을 채권단에 사전에 위임했다. STX그룹 관계자는 "모든 권한을 채권단에 일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채권단 공동관리 전례를 보면 처음 마음과 끝 마음이 다른 오너가 부지기수다. 지분처분권 일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에 따른 확약이 있기 전까진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비록 자율협약이지만 강 회장이 차등감자를 수용하거나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이미 ㈜STX에 3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건 채권단이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풍긴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록 자율협약이지만 출자전환 등을 통해 오너 지분율을 희석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주주 책임부과 필연..차등감자 가능성
물론 ㈜STX의 경우 과거 워크아웃 기업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금호산업은 2009년말 개별 기준 약 2조4301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STX는 개별 기준 작년 2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금호산업의 당기순손실은 2조3665억원(2009년)이었던 반면 ㈜STX의 당기순손실은 4909억원(2012년)이다.
또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STX는 워크아웃과 비슷하지만 강도가 덜 한 자율협약 체제다. 아무래도 채권단의 강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룹 전체 부채 규모를 따져보면 ㈜STX가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나은 점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STX그룹은 조선·해운에 특화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타이어·건설·화학·항공·물류 등 다양한 업종의 선도기업을 갖고 있어 리스크 측면에서도 더 위험하다.
이 때문에 실사와 MOU 과정을 거쳐 ㈜STX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에서 강 회장의 지분율이 희석화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STX는 무역업이 주요 업무로 자회사의 회생없이는 자력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기 어려운 구조의 기업이다. 대주주 책임 부과 차원의 차등감자 명분은 충분하다. 채권단은 출자전환 등으로 지분율을 높이거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강 회장의 지분율을 희석화할 수 있다.
실사 결과 감자를 피한다해도 강 회장의 지분율 희석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미 채권단은 실사가 끝나기도 전에 ㈜STX에 약 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STX는 만기 도래 회사채 2000억원을 막고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자금은 추후 어떤 형태로든지 지분화될 수 있다.
◇STX그룹 살아나면 '포스텍'이 강 회장 종자기업
그렇다고 강 회장을 무조건 압박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룹 회생의 '당근'도 주어져 있다. 포스텍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는 수천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었던 금호석유화학이 있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박병엽 팬택 부회장에게는 팬택씨앤아이라는 종자 기업이 있다. 모든 걸 다 잃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게도 웅진씽크빅은 남아 있다. 이런 종자 기업은 회생을 유도하려는 채권단의 고육지책이었고 관례였다.
포스텍은 해상운송업과 해운중개업, 그리고 조선기재재 조립 등을 하는 업체다. 작년에도 개별 기준 6094억원의 매출액과 2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분법 손실(1568억원)로 12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강 회장에게는 권토중래를 꾀할 수 있는 종자기업이 될 수 있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자율협약 체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 회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대목이다.
다만 포스텍 역시 STX그룹 전체의 회생 여부와 깊은 연관이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만일 STX조선해양과 ㈜STX가 회생에 성공하면 강 회장은 대주주 지분 희석화 여부와 별도로 포스텍을 통해 ㈜STX를 되살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그는 모든걸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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