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채권시장, 이번엔 'KDB 열풍' 7년 공백 불구 추가 금리없이 5년물 발행…17억유로 주문 쏟아져
한희연 기자공개 2013-05-23 13:54:39
이 기사는 2013년 05월 23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산업은행이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6년 이후 7년 만에 유로화 채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올 들어 국내 금융기관이 유로화채권을 발행한 것은 지난 달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두 번째. 산업은행이 발행한 5년물 유로화채권은 수출입은행의 7년물과 더불어 향후 유로화채권 시장에서 한국물의 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무엇보다 북핵 이슈의 여진이 남아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물에 대한 유럽 투자자들의 풍부한 수요를 확인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산업은행은 벤치마크 사이즈인 5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유럽 전역의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17억 유로 규모의 주문을 받아 냈다.
◇ 유로화시장에 한국물 벤치마크 자리매김…새로운 투자가 발굴도 성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닫혀 있던 유로화 채권 시장을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활짝 열어주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23일 새벽 5억 유로 규모의 5년 만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 3월 5억 유로를 발행한 후 7년만에 유로화 공모 채권 시장에 재 진입한 것.
지난달 발행됐던 한국수출입은행의 7년 만기 채권에 이어 산업은행의 5년 만기 채권이 추가됨으로써, 유로화 채권시장에는 5년과 7년 만기를 대표하는 한국물 벤치마크가 생기게 됐다.
유로화는 달러화와 더불어 규모가 큰 대표적인 조달 시장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한국물 발행사들에겐 불모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권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외화조달 시장의 포트폴리오면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시장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산업은행의 5년물 발행 성공은 다른 국내 발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달 통화의 다변화는 새로운 투자자를 발굴한다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때에도 유럽 투자가들의 비중이 상당하지만, 유로화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달러화로 발행할 때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투자자 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번 산업은행의 채권도 마찬가지다.
이번 채권의 투자자를 지역별로 보면 영국 22%, 독일·오스트리아 18%, 프랑스 13%, 중동 11%, 베네룩스 9%, 스위스 8% 스칸디니비아 6% 미국 6%, 아시아 5% 기타 2% 등 유럽내에서도 다양한 지역으로 나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본드 발행에서는 보기 어려운 프랑스 투자자의 수요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유형별로 보면 펀드 50%, 중앙은행 19%, 은행 및 PB 17%, 연금 9% 일반기업 4%, 기타 1% 등의 분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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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공백 불구 NIP 없어…포트폴리오 다변화 원하는 유럽 투자자, 한국물 관심
오랜만의 유로화 조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발행 프리미엄(NIP)은 없었다. 북한 이슈 등으로 최근 한 두 달간 한국물 발행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였지만, 악재가 불거지지 않는 타이밍을 잡아 발행을 성사시켰다.
최근 발행사 입장에서 달러화 채권을 능가하는 통화 시장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산업은행의 채권은 통화스왑 후 조달금리가 달러화 채권을 발행할 때와 같은 수준이었다.
지난 1월 발행했던 산업은행의 달러화 채권의 유통금리는 23일 3개월 리보(Libor) 금리에 104bp를 얹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이번 유로화 채권의 발행금리는 달러로 환산했을 때 리보 금리 대비 105bp 가량 얹은 수준이다. 기존 채권의 잔존만기를 감안하면 달러 조달과 같은 수준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22일 오후 4시 경 최초 제시금리를 '유로 미드스왑금리(MS)+85bp(area)'로 제시하며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주문 북은 빠르게 쌓여, 어나운스 2시간 후에는 12억 유로 가량의 수요가 몰렸다. 오후 8시 경 가이던스는 한차례 수정, 'MS+75bp(area)'로 제시됐고, 최초 제시금리보다 15bp 낮은 수준인 'MS+70bp'에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최종 주문 북은 156개 기관에서 17억 유로 가량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화 채권 시장에서 한국물들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유럽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요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오랜만에 발행에 나섰던 4~5월에는 북한 관련 이슈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주문이 쌓였다는 점은 유럽 투자가들이 한국물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그간 유럽 투자가들은 유로 지역에서 나오는 채권만 담았는데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아시아, 특히 한국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북한 이슈가 최대 변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물에 대해 문의가 꾸준히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오랜 공백을 깨기 위해 산업은행은 유럽 투자가들 수요 파악에 오랜 기간 공들여 왔다. 지난 4월 초에는 독일, 스위스, 영국 등 유럽 전역을 돌며 투자가들을 만나 한국물 투자 수요를 확인하고 오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날 산업은행의 유로화채권에 'AA-'등급을 부여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채권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MTN프로그램에서 인출된다. 주관사는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HSBC, UBS, KDB아시아, 코메르츠방크다. 이번 채권의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만기도래하는 자금을 상환하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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