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30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최근 특수강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2015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자동차용 특수강 공장을 신설한 후 양산한 제품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늦어도 2017년부터 자동차용 특수강의 상업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특수강 업계는 현대제철의 갑작스런 시장 참여 선언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국내 2위의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까지 뛰어들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특수강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올초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특수강 사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밝힌 터라 더욱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은 중소 특수강 업체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국내 특수강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시장 진출로 향후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2~3년 내에 새로운 먹거리나 공급처를 발굴하지 못할 경우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처할것이라는 절망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진양특수강이 대표적이다. 1979년 자동차용 특수강 사업에 뛰어든 진양특수강은 현대·기아차를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공급량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생산능력을 연간 13만 톤에서 40만 톤으로 늘렸다. 증설에는 약 70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 발표로 향후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증설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공장 가동률을 매년 70%(약 30만 톤)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공급과잉 심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50%를 유지하기도 버거워 보인다는 것이 진양특수강 측의 설명이다.
진양특수강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낮은 특수강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증설을 진행했는데 오히려 기존 설비도 놀리게 될 상황에 처했다"며 "당사를 비롯한 중소 특수강 업체들이 최악의 경우 부분조업이나 공장폐쇄를 거쳐 퇴출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양특수강을 비롯한 중소 특수강 기업들은 현대제철이 기왕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상 동반성장 정신에 입각해 중소기업들이 적어도 기존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 중견 특수강 업체 임원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특수강이 전체 특수강 공급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입 물량 대체에만 국한됐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얼마 전 기업 설명회 자리에서 특수강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 특수강 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첨단 소재의 특수강 개발을 통해 수입재 대응에만 전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제철은 올해 4분기 특수강 공장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설비 발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은 상생(相生)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신규 사업 진출 전략을 동종업계 기업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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