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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 오너가 곳간 '해덕기업', 1000억 잉여금 사용처는 고 이운형 회장 일가 100% 보유..상속세 재원 활용 가능성

박창현 기자공개 2013-06-14 09:57:30

이 기사는 2013년 06월 10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아그룹 계열사인 '해덕기업'은 오너 일가의 곳간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당 가능한 이익 잉여금만 1000억 원이 넘는다. 이운형 회장 사후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덕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덕기업은 지난 1960년 강관제조업과 조립금속제품 제조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0년 강판사업부를 계열사인 해덕스틸로 이전했고, 이듬해에는 강관제조사업을 세아제강에 넘겼다. 주요 사업을 계열사에 양도한 후 투자 사업에 눈을 돌려 대교투자개발과 해덕인베스트 등 계열 투자 자회사들을 합병했다.

현재 매출 구성을 보면 부동산 임대 수익이 대부분이지만 실상은 투자회사 성격이 더 강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해덕기업의 총 자산 규모는 약 2688억 원이다. 이 가운데 투자 자산이 83%에 해당하는 2241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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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분법 적용을 받는 계열사 주식을 1843억 원 어치 들고 있다. 세아제강(2.29%)과 세아홀딩스(0.63%), 세아베스틸(7.53%), 세아특수강(1.55%) 등이 대표적이다. 취득원가는 750억 원에 불과하지만 계열사 고속 성장의 수혜를 받으면서 장부가액이 크게 올랐다. 350억 원을 주고 산 세아베스틸 주식은 현재 장부가만 1016억 원이 넘는다. 세아제강 주식 취득가도 41억 원이지만 장부가는 5배가 넘는 225억 원이다.

이 밖에 주식과 주가연계상품 등 매도가능증권도 400억 원 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와 신한금융지주, 삼성생명보험 등 상장사 주식은 물론 코캄엔지니어링과 한일튜브 등 비상장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지분법 이익이 발생하자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내부 잉여금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쌓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덕기업의 미처분 이익 잉여금은 1300억 원을 넘어섰다. 해덕기업은 2005년 들어서야 결손금을 해소하고 처음으로 71억 원의 잉여금을 쌓았다. 불과 7년 만에 잉여금 규모가 20배 가량 늘었다.

천문학적인 잉여금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해덕기업이 100% 오너 기업이기 때문이다. 고 이운형 회장을 비롯해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 일가가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지분 45.66%를 보유 한 이운형 회장이 단일 최대 주주로 올라서 있고,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와 이지성 세아네트웍스 이사도 각각 3.86%, 0.52%의 지분을 들고 있다. 이들 3명 주식만 합쳐도 과반이 넘는다.

현재 이순형 회장은 35.4%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부인인 김혜영 씨와 아들 이주성 세아베스틸 상무, 딸 이주현 씨가 각각 0.41%, 3.55%, 0.4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오너가 친족들이 모두 갖고 있다. 주주들은 이익잉여금을 배당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실제 해덕기업은 지난 2006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00억 원의 배당 결정을 내렸다. 1회 배당 규모가 20억 원을 넘지 않았다. 잉여금 규모에 비해 보수적인 배당 정책을 펼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올해 초 그룹을 이끌던 이운형 회장이 급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운형 회장 주식이 가족들에게 상속될 경우, 대규모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현행법상 최대 상속세율은 50%다.

이운형 회장이 보유한 세아홀딩스(17.95%)와 세아제강(12.93%) 주식 가치만 시가로 1600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 다른 계열사 소수 지분까지 합치면 표면적인 상속 대상 지분 가치만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자인 이운형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상속세에 대한 납부 계획을 구상해야 한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배당 수익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상장사인 만큼 일정 금액 이상 배당 받기가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이운형 회장도 배당금 총액이 31억 원 수준이었다.

결국 거금의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너 곳간 역할을 하고 있는 해덕기업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계열사 지분 취득가가 워낙 낮아 처분시 상당한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더욱이 이미 세아홀딩스를 통해 계열사 지배 체제를 단단히 구축하고 있는 만큼 지배력 감소 부담도 없다. 다만 이운형 회장 일가 뿐만 아니라 이순형 회장 측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서 사전 협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상속세 규모가 클 경우 현물 납부와 분납 등의 방식을 활용해 납부 계획을 세운다"며 "세아그룹 상속자들 역시 자금 사정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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