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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公 스위스채, 버냉키쇼크 이겨낸 아시아 '첫 딜' 시장 불안 여전하지만 달러보다 낮게 자금조달

한희연 기자공개 2013-07-05 09:05:12

이 기사는 2013년 07월 04일 1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달간의 한국물 발행 공백을 한국석유공사가 깼다. 스위스시장에서 2억 4000만 스위스프랑의 공모채권을 조달한 것. 아시아 크레딧물 전체로 봤을 때도 모든 조달통화 시장을 통틀어 한달 여만에 나온 첫 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시장 분위기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스위스시장에서는 벌써 세 번째 조달을 하는 덕에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한달 전 스위스에서 직접 투자자를 만나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했고, 자원개발 산업 군 또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이슈로 불거진 전세계 채권시장 패닉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달러대비 조달비용을 낮추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딜로 인해 한국물 발행이 물꼬가 트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태인데다, 스위스 시장에서 딜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증명됐지만 규모상 줄줄이 발행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 한국물 한달 공백 깬 딜…어나운스에서부터 자신감 돋보여

석유공사는 지난 3일 오후 2억 4000만 스위스프랑의 5년 4개월 만기 채권 발행을 성사시켰다. 발행금리는 '스위스프랑 미드스왑금리(MS)+88bp', 쿠폰금리는 1.625%로 결정됐다. 만기일은 2018년 11월 29일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6월 초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한국물 발행시장은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채권 발행을 꾀하고 있던 발행사들은 한달여 간 속수무책으로 시장 상황만 지켜봐야 했다. 공백기가 길었던 탓인지 3일 오후 석유공사가 스위스프랑화 채권 발행을 어나운스 하자, 시장의 이목은 집중됐다.

석유공사는 이날 오후 4시 경 'MS+90bp(area)'로 최소한 2억 스위스프랑을 발행하겠다고 채권 투자자들에게 딜 어나운스를 했다. 통상 스위스프랑화 채권의 경우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딜 어나운스에는 1억 5000만 스위스프랑을 명시하고 이후 가이던스를 조정하곤 한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어나운스에서부터 2억 스위스프랑을 명시하고 북 빌딩 절차에 돌입했다. 투자 수요가 견조 하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라이싱 하루 전인 지난 2일 석유공사는 'MS+90~95bp' 수준으로 스위스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프트사운딩을 진행했다. 이때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상당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2억 스위스프랑이라는 어나운스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파악한 투자수요가 상당했기 때문인지 딜 진행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북은 연지 약 세시간만인 오후 7시 프라이싱은 종료됐다. 사실 지난밤 포르투갈의 정치적 불안정 문제가 불거지며 유럽시장 상황은 좋지만은 않았다. 때문에 초반 탄탄한 수요로 빠르게 북 빌딩을 마감했던 점은 이번 딜 성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 스위스서 3년째 정례 발행…달러채 대비 조달비용 절감

석유공사는 지난 4월 말 UBS,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에 맨데이트를 주고 이번 채권 발행 준비를 시작했다. 5월 중순에는 스위스에서 넌딜로드쇼(NDR)를 개최,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고 왔다.

스위스시장에서 석유공사는 벌써 3년째 정례적으로 공모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몇 년간 공들인 덕인지 스위스 시장에서 석유공사의 인지도는 상당히 올라간 상황.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업물인데다, 자원개발 부분의 산업 군이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스위스 투자자들을 만나러 갔을 당시,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중간에 회의 장소를 변경했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한달 전에 탄탄한 투자 수요를 확인했더라도 요동치는 국제 채권시장에서 발행에 뛰어들기란 석유공사 입장에서도 망설여졌을 터다. 하지만 스위스 시장은 달러 시장과 비교해 아직 어느 정도 가격 차이가 있는 상태고, 그간의 변동성이 이번 주 들어 소폭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발행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시장보다 일찍 휴가철에 접어드는 스위스 시장 특성상, 휴가 전 마지막 투자심리를 이용했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기를 5년 4개월로 정한 점도 투자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채권을 발행하면 5년, 6년, 7년 단위로 끊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하지만 이번에는 5년보다 몇 개월 더 긴 채권을 발행하면서 5년 만기 이하에 투자하는 그룹과 5년 초과되는 부분에 투자하는 그룹 모두를 포용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만기지만 좀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표면적으로 2018년 만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긴 장기물은 아닌 것처럼 보여 부담을 덜 수 있다.

스위스 시장을 선택하면서 석유공사 입장에서는 달러조달 대비 스프레드는 상당히 낮출 수 있었다. 6월 글로벌 금리 급등으로 조달금리가 많이 올라간 상황에서, 한창 시장이 좋던 이전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하반기 시장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은 감안하면 현재로써는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많다. 잠깐 열린 스위스시장의 기회를 석유공사가 잘 잡았다는 평가다.

이번에 발행한 스위스 프랑 채권의 경우 달러로 환산했을 경우 'Libor+145bp'이다. 지난 5월 14일 자회사인 하베스트가 석유공사의 보증을 받아 발행했던 5년 만기 달러 채권의 경우 최근 'Libor+180bp'에 유통된다고 알려져 있다. 신규 발행 프리미엄(NIP)과 만기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달러대비 20~25bp 정도 낮은 가격에 발행한 셈이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석유공사 발행 성사 이후 스위스 시장에 대한 한국계 발행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도 "곧 휴가철이라 스위스 뿐 아니라 다른 조달 통화 시장에서도 딜이 줄줄이 나오기란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하지만 스위스 시장에서 딜이 가능하다는 것을 석유공사가 증명했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이 시장에 발행사들이 줄줄이 들어갈 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조달 통화시장에서 발행이 나올 수는 있지만, 한국물 발행이 연이어 나올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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