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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투자자문업계, 활로 모색에 안간힘 고액자산가 비중 높이기…사업영역 다변화도 필요

이상균 기자공개 2013-07-23 08:46:26

이 기사는 2013년 07월 11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자문사들이 좀처럼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업계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투자자문사의 고객 기반을 기관투자자에서 고액자산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감독당국이 투자자문사의 업무영역을 경영자문과 사업자문 등으로 넓혀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가울투자자문 여파로 시장 신뢰 곤두박질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3월)에 영업한 투자자문사 145곳 중 55.2%인 80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146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2010년 877억 원에서 2011년 355억 원으로 매년 절반 이상 축소되고 있다.

투자자문사의 2013년회계연도 1분기(2013년 4월~6월) 실적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은 오는 8월 15일까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자문 업계의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때 업계 3위에 자리했던 가울투자자문의 여파 탓이다. A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가울투자자문 사태로 인해 투자자문사의 평판이 크게 악화됐다"며 "기관투자자들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투자자문사에 위탁하는 자금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NH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2500억 원을 투자자문사에게 위탁했지만 올해는 1000억 원으로 줄였다. 내년에는 위탁자금을 전액 삭감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에 비해 투자자문사가 대부분 영세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맡길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 운용보수도 후해

투자자문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관투자자 의존도를 낮추고 고액자산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기관투자자가 투자자문사에게 지불하는 운용보수는 연간 30bp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 운용보수가 싸기로 유명한 국민연금의 경우 20bp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보수를 30bp로 가정할 경우 기관투자자로부터 100억 원을 위탁받으면 연간 3000만원이 들어오는 셈이다.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구조다.

반면 고액자산가는 상대적으로 운용보수가 후한 편이다. A 투자자문사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고액자산가 연간 50~100bp의 보수를 지불해준다"며 "성과가 좋은 투자자문사의 경우 최대 300bp까지 받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문사가 높은 수익률만 올려준다면 고액자산가는 더 비싼 보수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30% 수익이 나왔는데 이중 100bp(1%)를 투자자문사에게 보수로 지불한다면 크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부 투자자문사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위탁자금을 수익성 보다는 검증 차원에서 활용하는 곳도 있다. 고액자산가들에게 트랙레코드를 제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문사의 업무 영역을 좀 더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B 투자자문사 대표는 "투자자문사에게 경영자문과 사업자문, M&A자문 등의 업무도 허가해 수익구조를 다변화시켜야 한다"며 "미국 투자자문사의 경우 투자일임업무 보다 자문업무의 사업 비중이 더 높은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문형 랩, 기성복처럼 운용해 현재 위기 자초

투자자문 업계에서는 현재의 위기가 외부 탓이 아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력상품인 자문형 랩이 대표적이다. B 투자자문사 대표는 "자문형 랩은 본래 각 계좌별로 운용방식을 달리하는 맞춤형 운용상품"이라며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자문형 랩은 맞춤복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투자자문사들은 그동안 자문형 랩을 일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발행해 수탁고를 늘리는데 치중했고 운용방식도 펀드와 비교해 전혀 차이가 없었다"며 "이 때문에 자문형 랩이 펀드 수준으로 수수료가 낮아졌고 맞춤형으로 운용하는 자문형 랩까지 수수료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문형 랩 계약자산은 지난 2011년 5월 9조1824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말에는 3조7024억 원으로 줄었다. 감소폭이 -59.6%에 달한다.

C 투자자문사 대표는 "자문형 랩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은 마당에 사업영역을 넓혀달라는 주문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며 "투자자문사의 수익률과 급여 등을 공개해 시장의 믿음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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