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랜드그룹, '신용'이 흔들린다 ④현대, 업황부진·계열위험 최고조…이랜드, 확장경영의 부작용
황철 기자공개 2013-08-02 10:33:57
이 기사는 2013년 07월 18일 19: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룹 중 하나다.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도 현대그룹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가혹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의 신용등급에 줄줄이 '부정적' 전망이 붙었다. 해운업황의 장기 부진과 경영권 방어의 대가가 감당하기 힘든 재무부담으로 돌아왔다. 계열사간 복잡하게 얽힌 재무적 지원 관계는 현대상선을 시발점으로 한 신용위험을 그룹 전체로 확산하게 했다.이랜드그룹은 멈출 수 없는 확장 본능이 신용도에 흔들리게 했다. 지난해 '긍정적' 전망을 달며 A급 진입을 꿈꾸던 이랜드리테일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사라졌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는 공격 경영의 최일선에 나서다 BBB+ 등급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이랜드파크의 신용등급 상향이 위안이 됐지만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적으로는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 현대그룹 혹독한 시기, 언제나 끝날까
현대그룹 계열사는 업황 침체와 관계사 리스크가 상호 결합하며 신용등급이 전반적인 하향 추세에 놓였다. 현대상선은 신용평가 3사로부터 A- 등급에 '부정적' 전망 통보를 받으며 BBB급 기업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지난 2월 기존 A0에서 한 단계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후 불과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충격이 더욱 크다.
가장 큰 원인은 해운업 장기 불황에 따른 대규모 적자다. 현대상선은 2011년 1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현금창출력 저하를 외부조달로 메우면서 재무부담도 커졌다. 현대증권 유상증자 참여 등 잇따른 계열 지원 역시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에 순차입금/EBITDA 비율을 12배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을 신용등급 유지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EBITDA가 흑자로 돌아서야 한다. 현대상선은 2년 연속 EBITDA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역시 652억 원의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연결기준 순차입금 규모인 5조 7644억 원(3월말)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연말까지 4800억 원 정도의 EBITDA를 기록해야만 등급 방어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추세로는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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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위기는 곧바로 그룹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로 전이됐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A)에도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현대상선의 대규모 적자 시현과 주가하락으로 인한 지분법손실과 파생상품관련 손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27.6%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추가 취득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고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파생계약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행했다. 대부분의 계약이 주식스왑이나 풋옵션이어서 현대상선 주가급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 기준 순손실 규모가 2710억 원에 달했던 결정적 이유다. 올해 1분기에도 17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1년 말 150.9%에서 2013년 3월 말 기준 458.4%로 크게 증가했다.
◇ 이랜드그룹, 확장 본능..신용도에 부정적
이랜드그룹 계열사는 한국기업평가에 울고 웃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월드 신용등급(BBB+)에 나홀로 '부정적' 전망을 붙였다. 그룹 확장 전략의 중추 역할을 하며 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게 일차적 원인이었다. 이랜드월드는 2011년 벨페, 만다리나덕 등 유럽 브랜드를 인수하고 지난해 해외법인 출자와 점포확장 등에 대규모 자금을 썼다. 2년 동안 차입금 증가액만 5000억 원대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는 6개월 후 이랜드월드의 개별기준 순영업현금흐름(NCF) 대비 총차입금이 12배를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분기말 이랜드월드의 NCF 대비 총차입금은 17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조1500억 원에 달하는 총차입금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적어도 950억 원 이상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해야 한다.
1분기말 667억원의 NCF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의 재무 변동성을 보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소매업 특성상 운전자본 부담의 변동성이 크고 공격적 경영에 따른 차입 증가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이랜드월드 영업현금흐름은 해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며 급변동하는 흐름을 보여 왔다.
'긍정적'이던 이랜드리테일의 등급(BBB+) 전망이 '안정적'으로 바뀐 것 역시 그룹 차원의 확장으로 재무부담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긍정적' 전망을 철회했고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정기평정에서 '안정적'으로 되돌렸다. 2011년 7월 이후 2년만에 A급 상향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긍정적' 전망 부여 이후 장기간이 지났지만 재무개선 정도가 미약하다는 판단이 주를 이뤘다. 오히려 점포 확장과 계열사 지급 보증 등 자금수요가 늘고 있어 차입 부담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1년 자회사(킴스클럽마트)를 지분매각했고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등 자금 유입에 힘써왔다. 하지만 신규점 투자와 상환우선주 상환, 관계사 지분투자 등으로 자금지출이 늘며 장부상 차입금 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최근에도 갤러리아 동백점 인수 등 점포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파크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가장 먼저 상향했다. 외식 브랜드인 '애슐리'의 실적 개선과 이랜드그룹의 지속적인 사업적·재무적 지원을 등급 상향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신용도 하락 추세에 있다는 분석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룹 내에서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계열사의 지원이 등급상향을 이끌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이랜드파크의 등급 상향 이유가 이랜드월드나 이랜드리테일에게는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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