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성장주 발굴하는게 결국 승자" 김홍석 메리츠자산운용 신임대표..장기투자와 가치투자는 별개
신민규 기자공개 2013-08-09 10:40:29
이 기사는 2013년 08월 06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27일, 메리츠자산운용은 다소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설정액 규모가 자사 10분의 1 규모인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의 주식운용팀을 통째로 데려온 것이다. 그중 한명인 김홍석 매니저를 지난 6월 대표이사로 앉혔다.한마디로 주력 엔진을 갈아끼운 셈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이 2년 가까이 최고운용책임자(CIO)를 공석으로 둔 채 인사에 변화를 주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CIO나 특정 매니저 영입으로는 그간의 저조한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일 김홍석 메리츠자산운용 신임대표(44, 사진)를 만났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사옥은 여의도가 아닌 종로구 계동에 있다. 흡사 미술관같은 고즈넉한 느낌이다. 메리츠그룹 계열사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 사옥을 떠난 배경부터 물었다.
"시장에 상징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여의도에 있으면 왠지 빠른 정보를 통해 뜨는 종목을 찾아내고 수시로 매매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운용철학은 장기투자다. 매니저들이 시장에 단기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 계동 인근에는 인접한 자산운용사들이 하나도 없다. 주변은 한옥 일색이고 조용한 분위기를 낸다. 장기투자를 구현하기에 적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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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오래 묻어두면 반드시 돈이 된다는 말뜻을 모르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때문에 장기투자라는 표현은 시장에서 당연한 개념 아니면 가치투자와 혼동된 개념으로 쓰인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들이 대부분 장기투자를 함께 내세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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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고성장할 종목을 찾아 3년, 5년 이상 묻어두면 향후 수익이 10배, 100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당장 기업 내재가치는 시장가치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시장에서 고평가된 종목도 장기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으면 담을 수 있다.
반대로 그는 시장에서 말하는 가치투자가 반드시 장기투자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은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치투자란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의 내재가치(A)와 시장가치(B)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게 기본원칙이다.
김 대표는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들이 가치주를 선별해 장기투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거래량회전율(turn over ratio)이 50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주의 성장을 믿고 장기투자할 것처럼 하지만 대부분 중간에 차익을 보고 매도한다는 것이다.
회전율이란 총 투자금액 가운데 몇 퍼센트가 1년 동안 거래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회전율이 10%라는 것은 1년 동안 전체 펀드 자산 중 주식을 사고판 금액의 비율이 10%라는 뜻이다. 한번 매수한 주식을 평균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의 장기투자 원칙을 신뢰한다고 해도 여전히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은 두려운 요소다. 마켓 타이밍이란 시장이나 개별종목의 모멘텀을 좇아 가장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IMF 금융위기, IT 버블붕괴,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악재를 매니저들이 피해가길 원한다.
김 대표는 마켓 타이밍은 신의 영역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아예 마켓타이밍을 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은 위기상황에서도 높은 대처능력을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쯤에서 반문할지 모른다. '장기투자하면 단기성과를 포기하라는 뜻인가'라고 말이다.
김 대표는 라자드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시절 국내 보험사로부터 100억 원을 받아 운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보험사는 주단위 수익률 평가를 통해 운용사들을 경쟁시키는 평가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성과가 나쁜 곳의 자금을 빼서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주는 식이었다. 당시에도 장기투자를 운용철학으로 내세웠던 김 대표는 결과적으로 자금을 4000억 원까지 키웠다. 장기투자 원칙을 충실히 지키면 단기성과도 따라오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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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자산운용이 설정액 규모가 자사 10분의 1에 불과한 운용사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리츠자산운용 설정액은 5조8473억 원으로 업계 27위다. 반면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5725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식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순수주식 운용이 940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밑돈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전체 설정액 5725억 원이 전부 주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만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주식운용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공모펀드 실적은 김홍석 매니저와 그의 팀원들이 나가기 직전까지 누적수익률 99.09%를 기록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장기투자를 신봉하게 된 것은 주니어 시절 코리아펀드로 유명한 존 리를 만난 인연이 컸다. 존 리는 미국 스커더 인베스트먼트에서 1991년부터 코리아펀드를 총괄운용한 매니저다. 코리아펀드는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가 금지돼 있던 시절 특별법 제정을 통해 론칭에 성공한 세계최초의 한국 투자 펀드였다. 존 리는 2005년까지 15년간 코리아펀드 규모를 1억5000만 달러에서 15억 달러까지 키웠다.
김 대표는 회계사로 일하다가 당시 존 리 매니저가 뽑아서 운용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존 리의 장기투자 철학을 주니어 때부터 도제식으로 교육받았다. 김 대표는 존 리가 삼성전자를 2만2000원 대에서 사들이고 삼성화재를 3만 원 대에 매입해 15년간 한 주도 팔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장기투자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김 대표가 라자드자산운용에서 호텔신라, 한국타이어, 기아자동차, NHN, 엔씨소프트 등을 남들보다 일찍 발굴한 것도 장기투자 원칙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장기투자 원칙을 보여줄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펀드를 론칭했다. 김 대표는 이 펀드에 53개 종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중 10%인 5개 종목 중 하나만 제대로 골라도 투자는 성공한다. 라자드자산운용에 이어 장기투자 철학이 성과로 증명될지 주목된다.
[김홍석 대표 약력]
△1992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 회계학 학사
△1998 헬싱키경제대학원 MBA
△1999 딜로이트투쉬토마츠(안진회계법인) 기업금융본부
△2000 스커더인베스트먼트 주식운용 애널리스트
△2002 도이치투신운용 주식운용 애널리스트
△2004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주식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2013 메리츠자산운용 주식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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