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신용등급 방어 어렵다 순차입금 커버리지 12배, 사실상 불가능…재무개선 통한 시간벌기 '최선'
황철 기자공개 2013-09-04 09:52:29
이 기사는 2013년 08월 23일 1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양대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위태롭다. 2월 A에서 A-로 동반 하락했고 최근 정기신용평가에서 아웃룩(Outlook)까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끝 모를 업황 부진과 추세적 재무악화를 감안하면 BBB급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주목한 것은 영업현금창출력 저하와 재무레버리지의 확대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유지의 조건으로 개별 기준 순차입금 커버리지 비율(순차입금/EBITDA)을 12배 이하로 제시했다. 향후 수익성 회복과 차입부담 축소를 통한 획기적 재무개선이 신용등급 방어의 관건이 될 전망.
하지만 두 해운선사 모두 이렇다할 EBITDA 창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순차입금은 5.5조 원을 넘어서 차입금커버리지 비율을 논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에 놓였다. 불안한 업황 전망을 감안하면 당분간 영업으로는 신용등급 유지를 위한 재무조건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결국 자본확충이나 자산매각과 같은 비영업적 재무개선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여 재무 트리거(trigger) 관련 모니터링 기간을 연장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현대상선 EBITDA 적자 지속, 연간 4590억 흑자는 내야
현재 재무지표로만 보면 한진해운보다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더 위태롭다.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10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해 차입금커버리지 산정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6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총차입금은 6조1628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현금성자산 6542억 원을 반영한 순차입금은 5조5086억 원. 반면 EBITDA 규모는 -879억 원을 나타냈다.
당장 적자의 늪에 빠진 EBITDA를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면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커버리지 지표의 모수를 플러스(+)로 돌려놓지 않으면 차입금 축소 등 추가 재무개선 노력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일단 연말까지 현대상선의 순차입금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4590억 원의 EBITDA를 창출해야 재무 트리거 발동을 막을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전망이 붙은 발행사에 대해 6개월에 한 번씩 재평가에 나서고 있다. 결론적으로 연말까지 5000억 원 이상의 EBITDA를 창출해야만 상반기 적자를 만회하며 등급 하향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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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해운업황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아 사실상 목표에 도달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전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일시적 호황기를 맞은 선례가 있지만 올해 글로벌 경기상황은 이같은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해운사 실적을 좌우하는 운임 역시 세계 해운시장의 공급 과잉 지속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상승을 이끌기 힘들 전망이다.
현대상선보다 재무지표는 다소 낫지만 한진해운의 역시 별만 다르지 않은 처지다. 상반기 한진해운의 순차입금은 5조6891억 원으로 현대상선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EBTDA 규모는 637억 원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한국기업평가가 요구한 커버리지 지표를 맞추려면 현재 순차입금 기준 연간 EBITDA를 4741억 원 이상 달성해야 한다. 하반기에만 4000억 원 이상의 EBITDA를 추가 창출해야 할 상황.
역으로 한진해운이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에비타창출력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EBITDA 1275억 원 정도를 나타내게 된다. 이 경우 한기평이 제시한 커버리지 지표를 맞추려면 순차입금을 무려 4조 원 정도 줄여 지금의 1/4 수준인 1조5000억 원 가량에 맞춰야 한다. 현재 업황과 영업현금창출력으로는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 영업으론 재무개선 요원, 자산매각·자본확충 일말의 기대
남은 것은 비영업적 재무개선 노력을 통해 차입부담을 줄이며 신용등급 조정 관련 트리거(Trigger) 발동을 유예시키는 길 뿐이다. 영업으로 현금을 거의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자산매각이나 자본확충 등을 통한 차입금 감축이 필요하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수준을 충족하진 못하더라도 재무개선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 신용등급 조정을 유예하고 모니터링 기간을 연장시킬 여지는 있다. 시장에서는 적어도 순차입금을 지금의 60%~70% 수준인 3조 원 내외까지는 떨어뜨려야 지금과 같은 조건부 신용등급 유지를 기대해볼 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EBITDA가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가정 하에서다.
순차입금 3조 원은 EBITDA 2500억 원 수준을 창출할 경우 커버리지지표 1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EBITDA(2587억 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현재 업황에서 초기 목표로 삼을 만한 현실성 있는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을 추진해 자본확충과 현금수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투자 메리트 감소로 어느 것 하나 무난히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호황기 발주 물량의 인도가 지속되고 있어 자체적인 자금수요도 큰 상태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자산매각이나 자본확충을 통해 부족자금을 메우고 차입금을 줄일 만한 여력까지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상적 영업이나 현재 추진 중인 재무개선 계획으로는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커버리지 지표를 짧은 기간 내에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다만 내년도 업황 전망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여 증자 등의 노력이 가시적 효과를 낼 경우 신용평가업계의 등급 결정 시기를 늦출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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