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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산은 정체성 모호 옛 산업은행+투자기능 단순결합…시장마찰 소지도 남겨놔

윤동희 기자공개 2013-08-28 13:51:47

이 기사는 2013년 08월 28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통합 산은'의 역할은 2009년 한국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 설립 이전의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 역할에 지분 투자 등 CIB 기능이 추가된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단순하게 말해 '투자 옵션이 추가된 산은'이다. 기존에 민간 부문,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과의 마찰·중복 논란을 빚은 업무와 관련해서는 차후에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27일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산은과 정금공, 수은,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전 정책금융기관이 재편 대상이었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진 곳은 금융위 소관의 산은과 정금공이다. 수은과 무보는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되 단기상품 취급비중을 과반 이하로 낮추는 선에서 개편이 마무리 됐고, 기업은행과 신보, 기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 통합 산은 출범… 이전 산은 역할에 LP기능 추가

사실상 이번 정책금융 재편안은 산업은행 민영화 중단에 따라 존립 이유가 없어진 정금공을 해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통합 산은'을 출범할 계획이라 밝혔다. 산은과 산은지주, 정금공이 합쳐진 것으로, 2009년 분할 이전의 산은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통합은 흡수합병 방식으로 이뤄지고 산은이 존속법인, 지주와 정금공이 소멸법인이 된다. 정금공의 경우 자본금 22조 원 중 18조 원은 산은 지주의 지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산은에 들어가는 자본금은 4조 원이다.

금융위는 통합 산은의 역할을 기업 구조조정, 회사채 인수, 신성장 산업 지원, 투자형 정책금융 등 대내 정책금융 업무를 통합해 수행하는 기관이라 정의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회사채 인수는 기존 산은이 주로 수행하던 업무로 정금공의 온렌딩, LP투자 기능이 새로 추가된 부분이다. 여기에 10조 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온렌딩 기능과 금융안정기금이 편입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위가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던 산은의 자금중개 범위를 벤처·신성장 산업기업으로 넓히겠다고 밝힌 점이다. 단순 대출·보증 형태로 이뤄지던 지원 방식을 CIB기능을 활용, 다양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기존에 PEF 3조 원, 벤처캐피탈에 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관련 분야에 발은 담궈 왔지만 블라인드 펀드 투자 등 본격적인 LP역할은 수행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통합 산은은 △LP로서의 투자 확대 △관련조직 정비(확대) △연도별 투자목표 부여 등을 통해 '종합투자업무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합 산은은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금융 기관의 역할을 진화시킨 것"이라며 "에쿼티 투자 등 CIB 기능을 정책금융 집행에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
통합 산은 역할 (출처: 금융위)

◇ 시장마찰·중복 업무는 그대로

단순히 민영화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차원에서 재편안이 나왔기 때문에 기존에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금융위는 시장마찰 해소를 위해 산은캐피탈, KDB생명, 산은자산운용 등 자회사를 매각 대상에 올려놓았지만 대우증권은 잠정적으로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장 마찰은 관련 자회사가 아닌 산은 본연의 업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기존에 시장 마찰영역이라 지적됐던 대기업 우량 여신이나 수신 영업은 점진적으로 축소해갈 계획"이라면서도 "산은법 개정시 (시장마찰 업무 제한과) 관련한 내용은 집어넣을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통합 산은은 해외 프로젝트 자문·주선 업무를 적극 수행할 것이라 밝혀, 당초 문제가 됐던 수은과의 업무 중복 불씨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5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의 경우 정책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차선책을 세워놨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협의회 활용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고 수시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특성이 있어 실질적으로 협의회 활용도가 높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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