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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너지, 일부 영구채 조기상환권 포기 증권사 인수물량 1650억원…자본효과 없어도 조기상환 못해

임정수 기자공개 2013-09-04 09:53:38

이 기사는 2013년 09월 03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에너지가 신종자본증권(이하 영구채)의 재무구조개선 효과가 사라지더라도 증권사 인수 물량에 대해서는 조기 상환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발행액을 채우기 위해 증권사를 끌어들이는 대가로 조기상환이 불가능하도록 당초 발행 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 발행 목표액 채우기 위해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 포기…트랜치 4개로 확대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는 5000억 원의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증권사가 인수한 1650억 원 어치에 대해 발행 조건을 조정했다. 영구채가 회계적으로 자본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50% 가량을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조기상환권 (콜옵션) 행사 시점 이전에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도록 한 조건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구채를 발행한 포스코와 SK텔레콤 등은 이 조건을 넣어서 발행했다. 발행 목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영구채의 고금리를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하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힘들여 영구채를 발행하고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발행사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계약 조건이다.

포스코에너지가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을 포기한 것은 발행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서다. 포스코에너지는 영구채 발행 직전까지 보험사와 공제회 등으로부터 3000억 원을 조금 넘는 투자 수요를 모았다. 하지만 목표액인 5000억 원 어치를 발행하려면 약 2000억 원의 수요를 더 모야야 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주관사단과 논의 끝에 증권업계에 'SOS'를 쳤다. 모회사인 포스코 영구채 발행 때처럼 ABCP의 기초자산 용도로 영구채를 인수해 줄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 몇 곳이 영구채를 인수하는 대신에 콜옵션 행사 시점인 5년까지 실질 만기를 확정하도록 요청했다. 영구채가 조기에 상환돼 버릴 경우 ABCP의 현금 흐름과 기초자산의 현금 흐름을 매칭(matching)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포스코에너지는 증권사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면서 1650억 원의 영구채 추가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다. 증권사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에 발행금리는 4.72%에서 4.66%로 낮추기로 했다.

이 때문에 발행 트랜치도 2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포스코에너지는 당초 5년 후에 조기 상환(콜옵션) 할 수 있는 '트랜치1'과 10년 후에 콜옵션이 붙은 '트랜치2'로 나눠 영구채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트랜치1을 증권사 인수분 1650억 원, 보험사 공제회 등의 투자자가 매수한 1650억 원, 발행 직전에 투자 수요를 모은 300억 원으로 나눴다. 증권사 인수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발행금리가 4.72%로 같다. 트랜치 2는 보험권과 공제회 등을 대상으로 4.72%에 1400억 원이 팔렸다.

◇ 포스코에너지, 재무전략 운신의 폭 제한

시장 전문가들은 포스코에너지가 영구채 발행 목표를 채우기 위해 증권사들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재무 전략의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혀졌다고 보고 있다.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용평가사들이 평가방법론을 바꾸는 등의 변수가 발생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사라지더라도 저리의 회사채로 차환하거나 보유 현금으로 조기상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금리를 부담하면서 영구채를 발행한다"면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변수가 발생하면 대응 수단이 필요해 언제든지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조건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는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증권사가 인수한 1650억 원에 대해서는 최소 5년간 차입금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재무전략이 다소 제한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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