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9월 0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은 거침없는 성장 행보를 보인 기업이다. 1953년 '대한중공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현대제철은 1978년 현대그룹에 편입됐다. 200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새롭게 출발했고, 2004년 10월에는 한보철강의 당진공장을 인수했다.이후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섰다. 2010년 1월 고로 1호기가 완공됐고, 이듬해 고로 2호기 건설이 완료됐다. 올해 9월에는 한보철강 인수 당시 계획했던 3고로 체제가 완성된다. 현대제철은 오는 13일 3고로 화입식을 갖고 본격적인 철강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진화는 포스코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국내 철강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 설비를 갖추기 전에 고로 생산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포스코가 유일했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등 2위권 업체들은 고로가 아닌 전기로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고부가치 열연 · 냉연 제품의 공급은 사실상 포스코가 독점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등장으로 포스코 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포스코-현대제철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조강능력도 포스코와 견줄 수준이 됐다. 포스코는 연산 3900만 톤 규모의 조강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3고로 체제가 구축되면 현대제철은 연산 2400만 톤 제강 능력을 보유한 세계 10위 권 제철소로 부상하게 된다. 경쟁 상대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급성장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종 판매처 역할을 해준 덕택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현대제철 외형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9년 7조 9664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년 만인 2011년에 16조 880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계열사 매출 비중은 10.7%에서 25.8%로 15.1% 포인트 올랐다. 지난 해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계열사 매출은 4조 원을 돌파, 내부거래 비중이 30%대로 진입했다. 더욱이 3고로 완공시 현대차 매출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현대제철의 진화는 현대차라는 든든한 도우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현대제철은 3고로 체제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내부매출을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의 도전은 현대제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스코는 장기 비전을 갖고 비철 부문과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철강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소재, 무역 등 비철강 부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비철강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육박하고 있다. 또 해외 조강 능력도 올해 400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철강 납품처 역할에 치중했던 현대제철은 신규 사업 발굴과 해외 시장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현재 현대제철 소속 계열사는 5곳에 불과하다. 2곳은 유동화전문 투자회사다. 그나마 현대비엔지스틸 정도만 눈에 띈다.
현대차의 든든한 지원은 현대제철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됐다. 1,2,3 고로는 현대차가 남겨준 든든한 유산이다. 하지만 유산을 지키는데 급급한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유산을 간직한 채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힘을 기를 때 비로소 시장의 인정을 받게 된다. 현대제철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3고로 완공 후 현대제철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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