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펀드, 업무협약서 체결은 '합법' 관행을 넘어선 일부 사례들만 문제...정책적 목표 주력하는 것도 대안
이윤재 기자공개 2013-09-09 10:16:57
이 기사는 2013년 09월 06일 1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화콘텐츠펀드 운용사 자진신고를 두고 벤처캐피탈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부 벤처캐피탈들에 국한된 업무협약서 논란이 전체 문화콘텐츠 펀드결성과 투자활동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산업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문화콘텐츠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산업활성화의 역할은 톡톡히 수행했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 업무협약서 체결 '위반 아니다'…관행 넘어선 일부 사례가 '문제'
이번 문화콘텐츠펀드 운용사 업무협약서 논란은 특정 유한책임출자자(LP)로부터 운용사에 대한 계약 불이행 민원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문화콘텐츠 투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국과 같은 벤처캐피탈 선진국에서도 일부 LP와의 업무협약서 체결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라며 "다른 LP와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펀드결성시 모든 LP와 운용사들은 조합규약을 체결한다. 이때 특정 LP와 운용사 양자간에 맺은 업무협약서 조항이 전체 조합규약과 상충할 경우가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운용사들이 레버리지 등 관행을 넘어선 조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콘텐츠 투자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상황이 심각한 사례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현 상황에서는 어떤 처벌이나 개선책 마련보다는 실태파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문화콘텐츠산업의 낮은 수익률이 관행을 넘는 업무협약서가 나타난 이유라고 지목했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탈들은 유망한 회사를 발굴하고, 지분투자를 감행한다. 해당 회사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에 들어가면 수익이 극대화돼, 다른 투자처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LP들도 이러한 업사이드 포텐셜을 보고 출자를 결정하는 셈이다.
하지만 문화콘텐츠산업은 지분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투자처가 부족하고, 결국 운용사들은 프로젝트투자(PF) 위주의 투자활동을 펼치게 된다. PF투자는 지분투자와 다르게 1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사례들이 누적되다 보니 전체적인 펀드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펀드결성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출자를 꺼릴 수 밖에 없고, 운용사들은 전략적투자자(SI) 유치에 힘을 쏟게 된다. 전략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SI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운용사와 업무협약을 논의하며, 일부 운용사가 SI유치를 위해 과도한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다.
◇ 정책적 목표 비중 높이는 것도 '대안'
문화콘텐츠 투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동안 문화콘텐츠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활성화라는 정책적 역할은 톡톡이 해냈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금융위기(IMF)를 겪으면서 대기업들은 문화콘텐츠 투자에서 발을 뺐지만 그 공백을 벤처캐피탈들의 문화콘텐츠펀드 자금이 메꿔왔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콘텐츠산업에서 대기업으로 통하는 CJ와 롯데시네마, 쇼박스 등도 모두 벤처캐피탈들을 파트너로 삼아 성장해왔다. 최근 한류열풍의 중심으로 떠오른 음반, 공연 등의 발전에도 문화콘텐츠펀드가 기여했다.
해당 관계자는 "문제가 일어난 배경은 수익성과 산업활성화라는 두 개의 목표를 쫓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정책적인 목표달성에 비중을 둬 출자비율을 높이고, 운용사들도 SI유치를 최대한 배제하는 구조로 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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