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결국 법정관리 왜? 동양매직·파워 '경영권 확보' 미련..이관희 증여 활용 못한 것도 '발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3-09-30 17:21:29
이 기사는 2013년 09월 30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그룹이 30일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3개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은 1년이 넘도록 진행해 온 자구계획안의 실패가 결정적이다. 자구계획안을 위해 시도해온 매각작업이 어느 것 하나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동양그룹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외면으로 시작된 자금경색과 위기 여론의 심화로 자구계획안이 지연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양그룹이 '내 몫 남기기'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매각가격 자존심, 경영권 확보 욕심 부리다…
동양그룹은 10월 대규모 만기가 돌아오는 조달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동양매직, 동양파워, 시멘트공장부지, 부동산 등 대규모 자산 매각 작업을 올해 초부터 들어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어느 것 하나제대로 팔지 못했다. 가격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경영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던 탓이다. 특히 동양매직 매각에서 이 같은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많다.
동양그룹은 지난 5월 교원그룹을 동양매직 매각 대상자로 전해 협상을 진행해오다가 지난 7월 갑작스럽게 결렬시켰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일방적으로 매각 절차 논의를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당시는10월 대규모 CP 및 회사채 만기를 불과 석달 앞둔 시점이다. 그럼에도 계약 파기에 나선 것은 동양매직 경영권을 다시 되찾아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7월 KTB PE를 컨소시엄 협상자로 재선정했다. 여기에 동양네트웍스가 무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해 36%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동양네트웍스가 없는 재산을 털어 700억 원대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하지만 9월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던 동양매직 매각은 끝내 약속된 시점에 성사되지 못했다. 교원그룹과 매각을 서둘렀다면 쉽게 해결됐을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려고 하다가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결과를 낳았다.
그 배경에는 그룹 사정이 다시 좋아질 경우 동양매직을 되찾아오겠다는 욕심이 과했기 해석이다.
◇ 동양파워 '통매각안' 너무 늦게 꺼내 들어
업계에서는 동양그룹이 과도한 욕심으로 동양파워 통매각안 역시 너무 늦게 들고 나왔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지난 2월 삼척화력발전소 사업자로 동양파워가 선정되며, 지분 전체 매각가는 최소 80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양은 51% 지분을 확보하는 선에서 동양파워 지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영권을 유지해 향후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절반 이상의 지분을 남기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영권이 담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를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온전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어 원매자들에게 매력적인 매물로 부각되지 않았다.
실제 동양파워 매각 대상자로 협상을 진행했던 기업들 관계자는 하나 같이 "사업이 빨라야 2017년에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투자비를 들여야 한다"며 "경영권을 가져올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큰 매력이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동양그룹은 이달 들어 동양파워 지분을 경영권까지 넘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10월 위기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굳이 제값에 인수를 시도할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여차하면 가격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했다.
1조 원대 자금 마련이 가능했지만 과도한 욕심으로 성사시키지 못한 셈이다.
◇ 이관희 여사 주식증여도 제대로 활용 못해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대여했던 1600억 원대 달하는 오리온 주식 역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동양은 지난 2011년 11월 이 이사장으로부터 대여한 주식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해 계열사 자금 지원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가격이 부실한 계열사 매각자산을 제값에 사주는 용도로 쓰이면서 자금 유입 효과는 반감됐다.
당시 계열사들에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은 했겠지만 부실자산이 한쪽 계열에 쌓이면서 지금까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양네트웍스가 수익도 나지 않는 웨스트파인골프장과 가회동 연수원을 1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주고 사들인 것이 결정적이다.
만약 당시 동양그룹이 웨스트파인골프장 및 연수원 부지를 동양네트웍스에 넘기는 대신 낮은 가격에라도 팔았다면 최소 1000억 원대 여유자금이 더 생길 수 있었다.
비교적 건전한 계열사였던 동양네트웍스도 이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팔지도 못할 자산을 1년 가깝게 쥐면서 비용 부담만 떠안고 있다. 웨스트파인과 연수원의 경우 수익이 나지도 않는데다, 운영자금 등 고정비 지출 부담만 남았다. 본업인 SI업종의 성장한계로 손익도 변변치않은 상황에서, 부실자산 매각 부담만 떠안게 됐다.
이런 이유로 자금 마련에 실패하면서 동양그룹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주요 3개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매직, 동양파워 및 그동안 진행해왔던 자산매각 작업도 중단될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몰렸다.
금융권에서는 동양시멘트 등 일부 은행 여신이 있는 계열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지만 아직 결과는 불확실하다. 동양생명은 그룹과 분리를 추진하고 있고, 동양증권 등 계열은 매각이 불가피하다. 그룹해체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에 대한 산은 여신이 680억 원(보증 포함) 정도인데 자산 담보들이 제공돼 있어 부담은 없다"며 "동양시멘트의 경우 워크아웃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향후 처리방안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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