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0월 01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그룹의 유통·시스템통합(SI) 업체인 동양네트웍스도 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동양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거래 관계가 있던 계열사들이 어려워지면서 미지급금이 발생해 법정관리 선택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양네트웍스가 그룹내 전산통합시스템(SI) 및 소모성자재납품(MRO)에 국한된 사업을 벌이면서 계열들에서 외상으로 끌어온 물량이 과도하게 컸다는 분석이다.

◇ 매출채권에 발목 잡힌 동양네트웍스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동양네트웍스의 매출채권 규모는 946억 원 정도다. 대부분 계열사 일감을 받아오면서 발생한 어음결제 대금이다.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3개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동양네트웍스는 당분간 미지금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동양네트웍스는 하청업체로부터 외상으로 끌어왔던 납품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상반기 동양네트웍스가 쥐고 있는 매입채무는 1011억 원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 모두 해소해야 하는 외상대금이다.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동양네트웍스 역시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법원의 재산보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당분간 대금 납부 시기를 미룰 수 있게 된다.

동양네트웍스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금융권 여신이나 회사채·CP 발행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동안 계열 지원에 따른 금융 부담이 늘어나고 유동성 위기가 번질 수 있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 워크아웃 아닌 법정관리 선택한 이유는

법정관리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계속기업가치 하락과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채권단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양네트웍스는 기업간 전자상거래와 유통업을 하는 동양그룹 계열사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동양네트웍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2673억 원과 130억 원의 순익을 달성했지만 그룹 내 계열사 거래비중이 68.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 등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양네트웍스의 MRO부문 매출은 사실상 '0'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실매출이 있는 SI 부문도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동양생명과 동양증권을 주거래하고 있어 향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국 계속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을 통해 기업 정상화(구조조정)를 추진할 경우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사실상 동양네트웍스는 동양 사태의 원인이 된 CP는 거의 없고 회사채도 100억 원에 불과하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워크아웃을 선택하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 자산매각 과정에서 (동양 측) 의사반영이 어렵다"면서 "채권단 관리를 배제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채권은행은 신한은행이며 농협, 우리은행 등 5여개 금융기관이 여신을 해준 상태다.

한편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일각에서 제기됐던 현재현 회장 오너 일가의 동양네트웍스를 중심으로 한 '새판 짜기' 시나리오도 사실상 사라졌다. 반면 동양네트웍스의 운명은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