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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지분거래, 삼성그룹 '금산분리' 노리나 6.38% 계열사간 이동..'금융-비금융' 교차출자 첫 해소

문병선 기자공개 2013-12-18 08:16:03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7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년간 소유구조 개편을 암시하는 자본거래에 잇달아 나섰던 삼성그룹이 드디어 금융계열사 지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 '금산연결'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삼성그룹이 당사자라는 점에서 거래의 의미는 남다르다는 평이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금산연결' 소유구조에 변화를 꾀하는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 3사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6.38%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늘린 건 2007년 6월말 삼성카드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한 이후 처음이다. 또 삼성전기·삼성물산이 삼성카드 주주 자리를 내놓은 건 삼성카드 설립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11년 12월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KCC 매각한 이후 이어졌던 삼성그룹 계열사간 자본거래 중 금융계열사 주식이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지분거래는 허투루 들을 수 없을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금융-비금융' 교차출자 첫 해소 의미

삼성이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 3사 보유 삼성카드 지분(6.38%)을 삼성생명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우선 '금융-비금융' 교차출자 지분 일부를 해소했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은 이번 거래의 목적물인 삼성카드 지분 이 외에도 여러 금융-비금융간 '교차출자'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삼성SDS·제일기획 등은 삼성생명 지분 1.6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증권 지분 0.26%를 갖고 있다. 계열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삼성문화재단 및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9.36%를 들고 있고, 삼성문화재단 및 삼성복지재단은 삼성화재 및 삼성증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카드의 1대주주(37.45%)이기도 하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19.34%) 역시 넓게 보면 제조업 계열사가 갖고 있는 금융 계열사 주식이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소유구조

거꾸로 금융계열사도 제조업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분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7.21%)이다. 삼성그룹은 이 고리(삼성생명→삼성전자)를 통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업 계열사'로 이어지는 소유 구조를 갖는다. 삼성카드는 호텔신라·제일기획·제일모직·에스원·삼성에버랜드 지분 등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형태의 '금융→비금융' 출자흐름이 존재한다.

이런 '금융-비금융' 회사간 교차출자 지분은 금융자본의 사금고화와 함께 금융자본을 계열사 확대 등 그룹 지배 목적에 악용한다는 비난의 근원이었다.

이번에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 3사가 삼성카드 지분(6.38%)을 삼성생명에 넘겼다는 건 삼성그룹이 여러 '금융-비금융' 교차출자분 중 일부를 '금융-금융'의 수직출자로 바꾸었다는 의미가 있다. 교차출자 전부가 해소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금융-비금융'간 출자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했다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며 "삼성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로까지 소유구조 변화 이어질 지 미지수

'교차출자 해소'는 '금산연결'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 '금산분리'다. 더 나아가면 '금산복합' 구조의 해체 가능성도 시사한다.

하지만 삼성이 지금까지 그룹 소유구조의 뼈대를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때문이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7.21%)삼성전자' 연결고리를 통해 거의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분을 이동시키지 않고서는 금산분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6일 종가 기준 206조여원이다. 지분 7.21%의 가격은 15조여원이다. 삼성생명은 금산분리를 하려면 이 지분을 에버랜드 등 계열사로 넘기는 자본거래에 나서야 하는데, 에버랜드를 포함한 삼성그룹 제조업 계열사 중에서 단숨에 15조원을 조달할 계열사는 단언컨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삼성카드 지분 거래는 '금산분리'의 첫단추가 아닌, 단순히 개별 계열사의 자금조달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게 삼성그룹측의 논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삼성카드 지분거래에 대해 "삼성전기 등이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생명에 매각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어져왔던 삼성그룹 계열사간 자본거래는 모종의 소유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2년전부터 자사주를 크게 늘리고 있다. 삼성생명도 자사주를 늘렸다. 이런 자사주 증가는 보통 기업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을 때 많다. 이 외에도 최근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 사업을 영업양수했고, 급식사업체(웰스토리)를 분할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대거 늘리며 그룹 건설사업 구조개편 신호탄을 쏴 올린 지 오래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을 계열사가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일각에서는 거론된다.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분할 구조도

예컨대 기업 인적분할 기법을 활용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다. 구체적으로 에버랜드를 '투자부문(삼성생명 지분)' 및 '사업부문(삼성에버랜드)' 두 개 회사로 쪼갠다. 삼성생명도 '투자부문(삼성전자 지분)'과 '사업부문(삼성생명)' 두 개 회사로 쪼갠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고 삼성생명 지분을 취득한다. 부족한 자금은 삼성SDS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다.

이 방안을 활용하면 삼성전자 지분 매매 과정 없이 비교적 쉽게 최상위 지배기업간 '금산연결' 구조를 '금산분리'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금융회사(삼성생명)를 경유하지 않고 삼성전자 간접지분율을 현행 0.35%(25.10%X19.34%X7.21%)로 유지할 수 있다. 또 삼성에버랜드를 경유하지 않고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에 직접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삼성카드 지분을 먼저 옮긴 것도 추후 이런 형태의 소유구조 변화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형태의 분할을 하면 '삼성생명-삼성전자'간 연결구조를 끊을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간 '금융-비금융' 교차 출자 상황은 따로 해소해야 하는데, 그 단계를 미리 밟아 나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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