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토톱' 얻은 한독, '10위 수성' 가능할까 [제약업 리포트] 태평양제약 인수로 10위권 진입 가능, '사노피 그늘' 극복이 관건
장소희 기자공개 2013-12-20 08:37:24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8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독(옛 한독약품)이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를 인수하고 업계 10위 진출을 노린다.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와 49년 간의 합작 관계를 청산한 후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하지만 사노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태평양제약으로부터 매출 효자 노릇을 할 일반의약품 품목 몇 가지를 얻었지만 한동안 올 초 설립한 합작사 '한독테바'의 사업 역량에 명운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매출액 상위 10위 목표...진입해도 지키기 어려워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최근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를 575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태평양제약의 대표 상품인 관절염치료제 '케토톱'과 위염치료제 '판토록' 등이 한독 소유가 된다.
한독은 이번 사업 양수를 통해 몸집을 키워 업계 10위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는 의약품으로 903억 원 매출을 올려 한독의 매출액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의약품 매출은 689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품목은 관절염치료제로 유명한 '케토톱'(3분기 누적 매출 177억 원)과 구내염치료제 '알보칠'(26억 원) 등 주로 일반의약품이다.
현재 한독의 매출 규모는 한해 3000억 원 대로 지난해 기준 업계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전문의약품에서 주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뇨병치료제 '아마릴'이 379억 원, 고혈압치료제 '테베텐'이 98억 원 매출을 올리는 주력 품목이다. 일반의약품 중에는 소화제 '훼스탈'이 73억 원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한독의 주력 품목들과 태평양제약으로부터 인수하는 품목들이 겹치지 않아 매출액 상위 10위권 진입은 어렵지 않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LG생명과학, 일동제약, 보령제약 등이 한독과 비슷한 매출액 규모를 나타내고 있지만 잇따른 호재로 매출액 규모를 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과 보령제약은 신약개발과 수출에 박차를 가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올해 미용필러로 중국시장에 진출하며 판매로열티를 벌어들이게 되고 당뇨병치료복합제 개발로 3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당뇨병치료제 시장 문도 두드린다. 보령제약도 당뇨신약 '카나브' 매출액이 매해 10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남미 시장 13개국과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일동제약도 지주사 전환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있지만 치매치료 천연물신약으로 중국에서 특허를 취득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독이 이번에 태평양제약 사업부 인수에서 성장이 제한적인 OTC품목들을 주로 얻게 되기 때문에 업계 10위 진출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면서 "매출액으로 10위권 안에 진출 하더라도 비슷한 사업규모를 가진 경쟁자들에 비해 미래성장동력이 갖춰지지 않아 얼마동안이나 순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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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 그늘' 벗어나기 노력...이번엔 '테바'에 명운
한독이 발 빠르게 태평양제약 사업부를 인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자체적으로 구축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과의 중장기적인 경쟁에서 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랜 기간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와 합작관계에 있어 독자생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주장이다.
한독은 지난 1964년 사노피의 전신인 훽스트와 합작투자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49년간 사업을 함께 해왔다. 한해 평균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상위권 제약사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사노피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독의 의약품 매출 중 절반 가량이 사노피로부터 도입한 오리지널 제품판매에서 나왔다. 다른 제약사의 품목을 도입해 판매하는 데 있어서도 사노피 제품과 경쟁관계가 없는 품목만 대상으로 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사노피가 국내법인을 통한 직접 진출을 택하면서 한독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당시 한독은 "사실상 지난 2006년부터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했었고 합작 관계 정리 이후에도 라이센싱(판권 계약), 프로모션, 유통 등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한독의 홀로서기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사노피와의 합작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신규 품목 도입에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노피는 한독과 합작 관계를 끝내면서 다른 국내 제약사들과 새로 계약을 맺어 시장 매출이 높은 대형 품목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요 계약 대상이 된 제약사는 한독보다 영업력이 우수한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한독도 사노피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예전 물량"이라며 "신규 제품이면서 시장 수요가 많은 제품들은 다른 제약사들과 코프로모션(co-promotion)이나 코마케팅(co-marketing) 방식으로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한독이 올해 초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합작 자회사를 따로 만든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테바가 보유한 대형 제네릭 품목들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사노피 제품 판매에 한정됐던 제품 구색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다. 한동안은 테바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신약개발이나 자체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노피의 그늘에서 성장해온 한계를 자체적으로 극복하기에는 현재 국내 제약업계 상황이 약가인하 등으로 좋지 않은 편"이라며 "태평양제약으로부터 일반의약품 라인을 얻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세계적인 제네릭 회사인 테바와의 합작 사업도 펼치면서 포트폴리오의 다양성도 추구한 듯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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