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 신용등급 상향 물거품 왜? 수익성악화 속 투자 확대로 재무상태 악화…등급하락 가능성
임정수 기자공개 2013-12-23 09:48:00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9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루브리컨츠의 신용등급 상향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생산 품목인 윤활기유 시장이 경기부진과 경쟁 격화로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노린 대규모 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재무구조까지 빠르게 악화됐다.지난 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SK루브리컨츠의 신용등급 전망(Outlook)을 '긍정적'으로 부여했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신용등급 상향은커녕 상황이 이대로 계속 악화되면 하향을 검토해야 할 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시황 꺾여 적자인데 투자 늘려 '실기'…이익 줄고 차입금만 확대
NICE신용평가가 가장 먼저 결단을 내렸다. SK루브리컨츠(AA-)에 대해 20개월 동안 유지해 왔던 '긍정적' 전망을 이달 초 철회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지만, 다음 정기평가를 기다리지 않고 수시평가를 통해 '안정적'으로 되돌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아직 SK루브리컨츠의 신용등급( AA-) 전망을 '긍정적'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시각이 NICE신용평가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 NICE신용평가에게 선수(先手)를 뺏긴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한 상황 판단이다. SK루브리컨츠의 수익성과 재무상태가 동반 악화되는 걸 보면서 '고(Go)'를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SK루브리컨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1년 5418억 원으로 꼭지를 찍고 2012년에 3393억 원으로 감소했다. 2013년 3분기 현재 1361억 원을 나타내, 올해 2000억 원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성이 2년 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3829억 원, 2012년 2195억 원, 2013년 9월 562억 원 등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EBIT/매출액)은 2011년 20%에 육박했다가 2013년 1분기에는 0.6%까지 추락했다. 올해 3분기 현재 4%대를 나타내고 있다.
|
수익성 악화는 유럽의 경기 부진과 주요 업체의 증설로 수급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윤활유와 윤활기유 시장은 수요 성장이 제한된 가운데 페트로차이나 SK루브리컨츠 등 상위 업체가 계속 증설하면서 공급 물량 증가가 급격하게 이뤄졌다"면서 "여기에 유럽의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수급이 빠르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SK루브리컨츠는 SK에너지에서 분할된 이후 계속해서 설비투자를 늘려 왔다. 울산 제1기유 공장은 생산설비를 개조해 HBO 생산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현지 JX에너지와 합작해 유베이스메뉴팩처링을 설립해 2012년에 생산 설비를 완공했다. 2012년에는 스페인 랩솔과 7대 3의 비율로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스페인 기유 공장 설비를 짓고 있다. 여기에는 2014년까지 34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합작과 조인트벤처에 대한 출자도 이어졌다.
수익성 악화 속에 설비투자 자금을 계속 외부 차입에 의존하면서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차입금은 SK에너지에서 분할할 당시에 5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3분기 현재 1조 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총차입금/EBITDA는 2011년 1.3배에서 올해 3분기에 6.4배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이 비율이 16.7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변동으로 수급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출자와 증설투자가 지속으로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
◇ 2014년 투자 일단락…'수급 회복' 안되면 등급 하락 가능성
현재 스페인 증설 투자 이외의 추가 설비투자 계획은 없는 상태다. 스페인 증설 투자도 2014년에 일단락된다. 투자가 끝날 때 까지 차입금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추가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한 차입금 증가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수익성 회복 없이는 신용등급 하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수급구조를 보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자동차용 윤활기유 시장은 선진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요 기반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중국 인도 등 이머징 국가의 자동차 소비 증가로 수요 기반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또 SK루브리컨츠가 세계 1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급 윤활기유 시장도 저급 윤활기유를 대체하며 수요 기반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등 신흥국이 잇따라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 물량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의 고도화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면서 " 이 과정에서 부산물인 미전환 잔사유(UCO) 처리를 위해 윤활기유 공정 투자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수요 기반 증가 이상으로 경쟁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럽을 주요 판매처로 하는 스페인 공장은 수요 기반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공급 능력을 갖고 있지만, 윤활기유와 윤활유는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며 "일시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수급 악화에 대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급이 해소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등급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사업적으로 관계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면서 "유사시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 하락을 방어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