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해운 자구계획, 실현가능성은? [Credit Comment]에쓰오일 지분매각의 구체화와 해운업황 개선시기가 관건
한희연 기자/ 이승연 기자공개 2013-12-27 08:30:00
이 기사는 2013년 12월 20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5조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에쓰오일과 항공기 등을 팔아 3조 5000억 원을 마련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한진해운을 지원하기로 했다.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자구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평가다. 한진해운은 든든한 우군을 얻었고, 해운업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그간 채권자들이 요구했던 사안들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만큼 회사가 절실해진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실현 계획이 시장 참가자들이 납득할 만큼 구체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는 의견이다. 대부분 에쓰오일 지분매각에 의지하고 있는 구조인데, 지분가치 변동이나 매수처와의 협상이 계획대로 잘 진행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상으로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추가 등급하락의 위기에서, 다소 시간을 벌게 됐다는 평가다.
[A 크레딧 애널리스트]
예상했던 대로 계획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내용 중 가장 큰 것은 예상대로 에쓰오일 지분 매각 부분이다. 이번 발표에서 중요한 점은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한진해운 문제를 정면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계획 자체로는 의미 있지만 실제로 실현 되서 차입구조 개선하는 구체적 액션이 나와야 레이팅 액션도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발표한 계획들이 실현가능성은 있다. 비행기 매각은 언제든 가능한 방안이지만 비용으로 돌리는 측면이니까 궁극적인 의미에서 재무구조 개선은 아니다.
에쓰오일 지분 매각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제로의 이슈다. 대한항공이 갖고 있던 부분을 아람코에서 가져가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애초에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그런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사건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한진해운 문제에 대해 단기적으로 접근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그룹 통합 과정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핵심적인 아젠다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 신용등급 조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현금 유동성을 창출(Show me the money)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항공의 지원 금액 자체가 상당히 크다. 지원 규모가 느낌은 좋았다. 이번 발표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원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에쓰오일 지분 매각 등 채권단이 요구해 온 것이 거의 다 받아들여졌다. 그런 측면에서 투자자 지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계획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진정성은 확인했지만 진도가 나간 것이 없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인지 불신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은 양치기의 거짓말에 당한 사례가 많다. 단지 '우리 이렇게 할 거다'를 믿어주기에는 현재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대한 시장의 심리는 너무 바닥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실체를 확인하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계획만 가지고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기는 부족하다. 해운이나 대한항공의 재무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상황인데 이를 잠재우려면 조금 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 발표 내용만 보면 지분 매각 건을 아람코에 얘기해보겠다는 건데, 이것 가지고는 뭐 구체적이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아람코와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블록 딜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어야 했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에 전권을 위임하며 의지를 보였는데 정작 대한항공의 의지는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에쓰오일 지분 매각 규모로 대한항공이 밝힌 2조 2000억 원은 10% 정도 감액된 수준이다. 아람코가 사지 않고 다른 기업이 통째로 가져갈 수 있느냐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인수할 기업이 있을까 싶다. 에쓰오일에 선매각하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리할 것을 정리한다는 느낌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에쓰오일은 씨앗이고 한진해운은 비즈니스 라인업 중의 핵심(core)이다. 에쓰오일이 계속 승승장구할 지 의구심이 드는 시점에 한진해운과 맞바꾸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투자자들이 한진해운과의 절연을 원한다는 일각의 의견은 너무 단면만을 본 것이다.
신용등급 측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자금이 들어와야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거지, 지금 당장은 추가적인 등급 하락을 막는 정도의 효과를 가질 뿐이다. 신용평가사들이 관망세로 들어갈 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이번 자구계획이 별 것 아니라며 신용등급을 더 내리기는 어려워졌다.
한진그룹이 시장에서 신뢰를 아주 잃은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지원금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고 시장의 군중심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한진해운에 대해 시장이 다소 과민반응 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안 좋은 부분이 부각될 경우 총체적 난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문제기업들과 똑같은 반열에 놓고 보는 것은 불공평한 면이 없지않아 있다.
이번 계획으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 이를테면 현대그룹 등에서 압박을 느낄 수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생각보다 발 빠르게 대응한거다.
[B 크레딧 애널리스트]
이번 계획은 일단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우선 에쓰오일 자체의 지분 규모가 크니까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도 풍부할 것이다. 물론 지분 매각 이후 순수하게 유동성에 도움 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 봐야한다. 대한항공이나 한진해운이 차입금이 워낙 많아 궁극적으로 업황 개선이 안되면 이 또한 장기적으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유동성 측면에서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대한항공에게 무리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한진해운의 경영권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는 승부를 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진해운을 지원한 후에 상황이 좋아지면 투자한 보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원래 같은 그룹이었고 운송업종을 영위하는데 포트폴리오나 사업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본다. 단 대한항공이 재무적으로 좀더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지원했다면 더 긍정적이었을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위기를 넘기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업황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에쓰오일의 경우 이번 지분 매각에 따른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가 원한다면 블록으로 다 넘길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럴 경우 주가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에쓰오일 자체가 쌍용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이 되는 회사로 운영되고 있어서 크레딧상으로 큰 이슈는 없다.
아람코 외에 다른 데로 넘어갈 경우를 가정하면, 지분을 쪼개 파는 것은 주가에 단기적으로 악재일 수 있다. 하지만 블록으로 한 기관에 넘기는 것은 에쓰오일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이번 지분매각 계획은 에쓰오일의 사업적인 부분과 별개의 이슈다. 주주가 바뀌는 것과 회사의 사업성과는 별개 이슈이기 때문에 에쓰오일 크레딧과는 크게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적 측면을 고려하면 이번 계획을 가지고 등급상향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놔 둘 경우 등급이 더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선은 현 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이슈인 것 같다. 결국 현 등급을 유지할 시간을 번 것으로 보면 된다. 일단 정부도 그렇고 우선은 시간을 좀 벌고 상황이 좀 좋아지면 하자는 식으로 나가는 것 같다.
[C 크레딧 애널리스트]
실현 가능성이 낮다. 에쓰오일의 지분을 판다는 것만 봐도 본인들이 판단했을 때 주주가치 2조 2000억 원에 차입금 빼면 1조 3000억 원 남는다고 했는데 우선협상자로 거론된 아람코가 과연 그 가격에 사들일까 궁금하다. 한진그룹의 상황을 다 아는 데 대한항공이 제시한 가격에 동의하겠나. 설령 판다고 해도 차입금이 너무 많다. 대한항공의 경우 사업 특성상 차입금이 쉽게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에쓰오일 지분을 팔았다고 차입금이 줄지 의문이다.
긍정적인 것은 대한항공 CFO들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이나 사태 파악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에서 벗어나 위험을 인식하고 자구안을 내놨다는 것은 긍정적을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상황이 그만큼 안 좋아졌단 얘기도 된다.
그룹이 나서서 한진해운을 돕는 것도 이미 예상한 바이지만 악수(惡手)다. 이번에 발을 담금으로써 앞으로 한진해운이 어려워질 때마다 그룹 전체가 물릴 수 밖에 없다. 한진해운은 약간의 지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결국 한진해운에 그룹 전체가 말려 들 수 있다. 이게 바로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요소다. 주가도 내리고 신평사도 이를 고려해 등급을 내리기 시작했다. 자구안이 모두를 불안케 하고 있다.
[D 크레딧 애널리스트]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이 한 몸이 되는 것을 좋게 평가한다. 두 회사에게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자구안이 실현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한진그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 성의를 보인 것이니 정부나 채권단에서 분명 반대 급부를 제시할 것이다.
자구안을 보면 그룹이 자산 팔아서 한진해운 증자해주고 대한항공도 자산 매각으로 부채 줄이겠다는 거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중 평균부채비율이 4배 이상 높다. 부채를 쉽게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자구안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개입을 하게 되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없을지는 몰라도 증가 속도를 완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E 크레딧 애널리스트]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이 생겼고,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었다고 본다. 11월에 대한항공에 대한 신용등급 내렸는데, 이때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이 많이 들어가면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번 계획으로 그게 실현 된 것이다. 당시에도 에쓰오일 지분 등을 활용한 지원을 언급했는데 예상대로 실현됐다.
이제 더 관심 가져야 할 거는 한진해운이 언제 영업적으로 턴어라운드 할 것이냐의 문제다. 만약 한진해운의 어려움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대한항공의 지원이 더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은 이번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지켜본 후에 조치(action) 여부를 논해야 할 것이다.
에쓰오일 지분의 매각 규모가 크다. 이를 1대 주주가 가져가든지 다른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좀더 지켜 봐야 한다. 에쓰오일 지분 가치는 인정되는 부분이다. 배당도 잘 주고 지주사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람코의 매입 의지와 다른 매수처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그간 아람코와 대한항공의 관계가 좋았지만 협상 결과는 나와봐야 안다.
사업적으로 봤을 때 해운과 항공이 현재까지는 직접적 시너지가 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육·해·공이 다 연결된다면 운송 업체로서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다.
[F 크레딧 애널리스트]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에쓰오일을 팔고 한진해운을 가져오게 됐다. 에쓰오일은 1년에 1000억 원의 배당금을 주는 회사였다. 캐시카우(cash cow)를 포기하고 업황이 안 좋은 회사를 가져온 거다. 대한항공 자체도 업황이 불안한데 해운까지 얹어지게 되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지원을 받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한항공에게 결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에쓰오일의 매각은 잘 풀릴 수 있다. 아람코는 요즘 별로 투자할 때가 없을 것이다. 에쓰오일은 기본적으로 괜찮은 회사이니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에쓰오일을 팔고, 비행기를 판다고 해서 대한항공의 부채가 쉽게 줄지 않는다. 자구안을 보면 차입금을 줄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신용등급 조정 여부는 자구안 실행 이후 부채비율의 증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거다. 줄이는 모습을 보여야 신용등급이 오르든, 전망이 바뀌든 하는데 자구안 만으로는 오히려 변동성이 엄청나게 커진 상황이어서 단기간 신용등급 혹은 전망의 상향 조정은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너무 막연하다. 물론 대한항공의 경우 항상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작용하는 기업이고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 만큼 반대 급부를 해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저 막연하다. 지금으로서는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권의 브릿지 론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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