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글로벌본드에 4배 주문 몰린 이유는 15억불 발행위해 3년·10년 나눠 발행…3년 FRN 수요 재확인
한희연 기자공개 2014-01-10 15:32:49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8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첫 한국물 발행의 주인공은 역시 한국수출입은행이 맡았다. 수출입은행은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15억 달러의 대형 글로벌본드 발행 소식을 알렸다.3년물과 10년물로 만기를 나눈 수출입은행 채권은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이 4배 가까이 쌓일 정도로 절찬리(?)에 발행됐다. 투자자층이 겹치지 않는 채권만기의 조합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결과였다.
◇ 3년·10년 듀얼 트랜치 전략 성공…3년물은 수요 넘쳐 증액까지
한국수출입은행은 8일 새벽 1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만기는 3년과 10년으로 나뉘며 각각 7억 5000만 달러씩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각각 '3개월 리보 금리(3m Libor)+75bp',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10T)+112.5bp'로 결정됐다.
수출입은행과 주관사들이 발행을 준비하면서 각별히 신경 쓴 것 중 하나는 채권의 만기였다. 발행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자층의 수요를 끌어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수요가 겹치지 않도록 만기를 나눠야 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대비가 필요했다.
수출입은행의 선택은 3년물 변동금리부 채권(FRN)과 10년물 고정금리채권의 듀얼 트랜치(dual tranche). 투자층이 비슷한 3년과 5년 고정금리채권 구성보다는 투자자층이 완전히 다른 3년 FRN과 10년 고정금리채권의 구성으로 수요 확대를 꾀한 것이다. 듀얼 트랜치를 구성하면서 주문 수요를 더 모을 수 있는데다 만기 분산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9월 3년과 5년 만기로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며 3년 FRN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 적이 있다. 이전까지 한국물들은 주로 5년 고정금리채권 발행이 대다수였다. 금리 상승기를 전망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3년 FRN에 몰렸고 이는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의 후속 발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폭발적 수요를 확인한 수출입은행은 이번 딜에서도 3년 FRN을 적극 활용했다.
3년 FRN의 투자자층은 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 등 운용자들이 많다. 반면 10년 고정금리채권은 연기금이나 보험 등의 투자자층이 대다수다. 각각 다른 수요층을 공략한 결과 투자자 주문은 3년 만기의 경우 185개 기관에서 35억 달러, 10년 만기의 경우 180개 기관에서 29억 달러가 쌓였다.
특히 3년 만기 채권에 미국 투자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3년 만기 채권의 70%를 미국 투자가들이 가져간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3년 FRN은 5억 달러를 발행하려 했지만, 수요에 힘입어 7억 5000만 달러로 증액했다는 설명이다.
10년 만기 글로벌본드의 경우 지난해 9월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이후 한국계로는 처음 나왔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10년 만기 채권 마케팅을 위해 수출입은행은 투자가들에게 역사적으로 외평채와 수출입은행의 금리 차이가 35bp 내외였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현재 10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만기차이를 감안한 이론가격 기준으로 80bp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에 발행된 수출입은행 채권의 가산금리는 외평채와 32.5bp라는 상당히 타이트한 금리 차이를 두고 결정됐다는 평가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국물의 경우 10년 만기 채권이 드물어서 희소가치가 있어, 다른 나라 채권 대비 스프레드 커브가 평편한 편이라 유리한 측면에 있다"며 "지난해 12월 미국이 테이퍼링 실시를 발표한 후 장기금리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전 미리 10년 장기채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 성공비결은 만기전략…로드쇼는 1년 내내 가동 중
1년에 1~2회 정도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여느 발행사들과는 달리 수출입은행은 몇 차례씩 공모조달에 나선다. 공·사모 포함 연 100억 달러 정도를 조달하는 빅 이슈어다. 조달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특정 딜이 있을 때만 넌딜 로드쇼(NDR)을 통해 투자자들을 한차례 만나고 오는 타 발행사들과 달리, 수출입은행의 투자자 마케팅은 1년 내내 상시 운영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딜의 키워드였던 만기 구조나 투자자 수요 등에 대한 힌트는 이미 지난해 말에 얻었다. 실무진 위주로 다녀오는 타 NDR과는 달리, 지난해 말에는 김용환 행장이 두 차례나 현지 마케팅에 나섰다. 11월에는 대통령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유럽을 방문해 현지 주요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12월에는 홍콩에서 주요 금융기관 헤드들과 연쇄 개별 면담을 가졌었다. 이때 얻은 만기 구조에 대한 힌트를 바탕으로 1월 빠르게 발행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준비된 전략을 바탕으로 수출입은행은 지난 7일 오전 아시아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을 공식 선언하고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최초 제시금리는 3년물이 '3m Libor+high 80bp', 10년물이 '10T+high 120bp'였다. 저녁 무렵에는 가이던스를 3년과 5년 각각 '3m Libor+75~80bp', '10T+115±2.5bp'로 수정해 제시하고 8일 새벽 최종 가이던스 하단에서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이번 딜의 주관은 바클레이즈, Bof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도이치증권, JP모간, 소시에테제네랄이 맡았다. US Bancorp와 우리투자증권은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참여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이번 채권에 각각 'A+'와 'AA-' 등급을 부여했다. 이번 채권의 납입일은 오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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