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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교체는 없다'…메리츠코리아펀드의 뚝심 [Fund Watch]발품 팔아 53개 종목 발굴해 장기투자…6개월간 2~3종목만 교체

신민규 기자공개 2014-01-14 09:30: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0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투자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모양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이 대표펀드로 내세우고 있는 '메리츠코리아1[주식]'펀드 이야기다. 장기투자를 표방하고 탄생한 펀드답게 운용을 시작한 후 반년이 지났지만 사고 판 종목은 2~3개에 불과하다. "보유 종목을 판다는 건 처음부터 잘못 샀다는 것"이라며 종목교체를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코리아1[주식] 펀드는 지난해 7월 설정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총 53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교체돼 펀드에서 빠진 종목은 LG유플러스, 현대하이스코, BS금융지주 등 3 개에 불과했다. 지난 11월에는 현대미포조선과 우양에이치씨를 보강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장기투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든 이 펀드의 설정액은 322억 원이고 설정 후 수익률은 3.05% 수준이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가 7.82%, 일반 주식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8.12%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처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종목 교체를 거의 하지 않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차피 1~2년에 승부를 보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에 관한 한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는 존 리(John Lee) 대표와 권오진 전무, 김홍석 상무가 함께 발굴한 53개의 종목 하나하나가 수년 후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펀드의 3개월(8~10월)간 매매회전율은 6.78%(연환산 26.89%)에 불과하다. 주식 매수금액이 299억 원이었던 반면 매도금액은 9억 원에 그쳤다. 종목 교체를 거의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연초에 대표 매니저가 김홍석 상무에서 권오진 전무로 바뀌어 운용스타일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투자의 관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메리츠자산운용 내부적으로는 "보유한 종목을 판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교육받는다. 시황에 따라 사고팔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도 시장의 단기 등락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른 운용사들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오전에 메리츠코리아펀드의 매니저는 유망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 기업 탐방을 나간다. 탐방할 기업을 증권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찾아서 연락하고 일정을 잡는다.

철저히 발품을 판 결과로 발굴한 종목이 현재 53개다. 대형혼합주로 산업재, 소비재, 건강관리, 금융, IT 섹터 등으로 분류되지만 종목을 들여다 보면 특별한 방향성을 느끼기 어렵다. 시장상황을 예측해서 특정 섹터에 베팅하거나 편입종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장기 고성장할 종목을 담는 데에만 주력했다.

상위 10개 종목은 일반적인 펀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차지하는 비중은 39.07%로 일반 주식 펀드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핵심은 나머지 40여 개 종목이다. 코스피 200위권에 가까운 중형주와 함께 최근까지 주가 출렁임이 컸던 코스닥 종목도 15개 가량 편입돼 있다. 코스피 100위권 밖으로 코리안리, 녹십자홀딩스, CJ CGV, 휴켐스, 롯데칠성, 크라운제과, 하나투어, 빙그레, 휠라코리아 등을 편입했다.

코스닥 종목은 15개를 편입했다. 서울반도체, 원익머트리얼즈, 솔브레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성우하이텍, 삼강엠앤티, 슈프리마, 에스텍파마, 제이브이엠, 우양에이치씨, 인터로조, 코나아이, 윈스테크넷, 바이오랜드, 씨티씨바이오 등이다.

지난 8월부터 올해 초까지 매매없이 종목을 보유했다면 개별종목의 성과는 천차만별인 모습이다. 30~40%대의 주가변동을 보여도 장기보유를 원칙으로 했다.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포트폴리오 컬러를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시장대비 주가수익비율이나 주가순자산비율이 높아 가치주 스타일은 아니고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이 보이지만 배당주 위주의 펀드도 아니다"라며 "기업 펀더멘털 측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5개월간 42.57%나 올랐고 이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계속 보유했다. 바이오랜드와 씨티씨바이오는 각각 -22%, -35% 이상 빠졌다. 바이오주는 연말까지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가 연초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제약업종인 에스텍파마는 -35% 이상 빠졌다. 코스닥 296위 기업으로 천식치료제, 위궤양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사인 에스텍파마는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발생하는데 이번에 엔저의 직격탄을 맞은 케이스였다. 펀드에는 꾸준히 담겨 있다.

장기투자 특성상 펀드내 특별한 손절매 기준은 없다. 장기 고성장할 종목을 찾아 3년, 5년 이상 묻어두면 향후 수익이 10배, 100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철학이다. 결국 지금 발굴한 종목 중에서 언젠가는 크게 오를 기업이 나온다는 얘기다.

존 리 대표와 권오진 전무, 김홍석 상무는 세계 최초의 한국투자 펀드인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스커더인베스트먼트 시절부터 도이치투자신탁운용,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에서 10년 넘게 손발을 맞춰왔다.

김 상무의 경우 존 리의 장기투자 철학을 주니어 때부터 도제식으로 교육받았다. 김 상무는 존 리가 삼성전자를 2만 2000원 대에서 사들이고 삼성화재를 3만 원 대에 매입해 15년간 한 주도 팔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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