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1월 20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경영권을 인수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알짜 자회사를 오너가에 내주게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하지만 일동제약 오너가 뿐 아니라 녹십자 역시 지주회사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20일 제약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녹십자 그룹은 오는 24일 열릴 일동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녹십자 그룹이 안건에 반대하면 변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 경영권 인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녹십자 그룹은 일동제약 지분 12.74%를 개인 주주인 이호찬 씨 측으로부터 매입하고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함으로써 우선적으로 오너가의 지분율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일동제약이 추진하는 대로 일동제약을 투자사업 부문 지주회사 ㈜일동홀딩스와 의약품 사업 자회사 ㈜일동제약으로 분할하면 윤원영 회장을 비롯한 일동제약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주가 및 분할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50% 안팎까지 커진다. 현재 윤 회장 측 지분율은 34.16%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으로 기업분할이 이뤄지면 지주회사 일동홀딩스는 자회사 일동제약의 지분 공개매수에 들어간다. 이후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주식스왑(현물출자)으로 이어져 지주사 전환 작업이 마무리되면 '오너가→지주사→사업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를 제외한 주주들은 지주사보다 사업회사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주식스왑에 참여하지 않아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지배지분율은 늘게 된다.
녹십자가 분할 안건을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이렇게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일동홀딩스) 지분율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아울러 녹십자는 기업분할과정에서 오너가에 유리하게 자회사 지분이 재편되는 것도 막아 서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일동홀딩스는 분할을 통해 일동후디스(29.9%), 유니기획(100%), 일동생활건강(100%), 루텍(46.3%)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알짜 자회사로 알려진 일동후디스를 비롯해 일동제약그룹의 핵심 자회사 지분을 일동홀딩스가 대거 가져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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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업자회사 일동제약은 제네웰(4.7%), 파인켐(12.3%), 메디코프(1.6%), 굿젠(2.2%), YTN(0.4%), JTBC(0.2%) 등 단순투자자산만 가져가는 구조다. 더구나 이 회사들은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어 오너일가가 지배력을 집중하게 될 지주사 소속 자회사와 비교되는 상황이다.
기업분할로 사업자회사인 일동제약이 더 많은 부채를 가져가게 된다는 점도 녹십자가 제동을 걸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오너일가 소유 지주사는 차입금도 적게 덜어간다. 일동홀딩스와 신설 자회사 일동제약의 분할 비율은 0.25대 0.75지만 부채분할비율은 0.11대 0.89로 사업자회사 일동제약에 불리하게 나뉜다.
지난해 반기 기준으로 작성된 일동제약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분할 전 일동제약의 부채비율은 91.8%다. 하지만 분할 후 일동홀딩스와 사업자회사 일동제약의 부채비율은 각각 39.2%와 109%로 일동제약의 부채비율이 더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애초에 일동제약 경영권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주사 전환에 따라 오너일가에 유리하게 사업구조가 개편되는 걸 막고 싶을 것"이라며 "3대 주주인 피델리티 측의 결정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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