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국면별 시나리오는? 기업분할안 부결시 '백기사 경쟁'..통과돼도 대치국면 '첨예'
문병선 기자/ 장소희 기자공개 2014-01-22 14:04:2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2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을 두 개 회사로 쪼개 지주회사 전환의 정지작업을 하려는 일동제약과 이를 막으려는 녹십자 간 주주총회 세(勢) 대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각각의 상황별로 양측의 분쟁은 지분율 면에서 어떤 국면을 맞게 될 지 관심이다.양측의 분쟁 상황은 크게 두가지 가정 하에 나눠볼 수 있다. 일동제약이 계획대로 기업분할에 성공했을 때와 녹십자의 반대로 실패했을 경우다. 이 성공과 실패는 상대방 입장에선 거꾸로 실패와 성공이 된다.
◇기업분할안 주총 부결시 '백기사 경쟁'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정은 녹십자그룹의 의도대로 이번 일동제약 주총에서 기업분할안이 부결됐을 경우다.
일동제약이나 녹십자 모두 위임장 대결을 준비 중으로 파악된다. 양측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제 지분율은 각각 30.99%, 29.36%다. 일동제약의 경우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율 합은 34.19%(우리사주조합 포함)로 이보다 높지만 의결권 없는 지분이 3.2%포인트나 된다. 일동후디스 보유 지분(3.09%)과 루텍 보유 지분(0.11%)은 상호출자 때문에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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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는 3대주주인 피델리티자산운용(9.99%)과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20~23%)이 쥐고 있다.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안이 부결됐다는 건 피델리티자산운용이나 개인투자자들 일부가 일동제약에 반대하고 녹십자그룹에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다.
분할안이 부결되면 지분 구도는 현재와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도에서는 일동제약은 번번이 녹십자그룹의 경영 간섭을 받아야 하고 녹십자그룹은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총소집요구, 소송, 이사선임 제안 등 경영 참여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런 방식의 경영 참여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현대중공업 등이 현대상선 경영 간섭을 시도하다 번번이 실패했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대상선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큰 비용을 치러 오히려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일동제약은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의결권이 제한돼 있는 자사주, 일동후디스 지분, 루텍 지분 등을 백기사에게 넘기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과 시,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의결권 늘어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안이 주총을 통과됐다는 건 피델리티자산운용이나 개인투자자들 거의 대부분이 일동제약에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다.
인적분할은 신설법인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분할의 형태다. 따라서 분할안이 주총을 통과하면 기존 주주들은 분할 전과 같은 비율로 분할 이후의 두 회사 지분율을 소유하게 된다. 이는 일동제약그룹이나 녹십자그룹, 그리고 피델리티 및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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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주의 지분율이 기존과 동일하므로 경영권 분쟁 국면은 기업분할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1·2대 주주간 팽팽한 지분율, 그리고 3대주주 및 개인주주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구도, 이 모든 게 분할 전과 동일해 보인다.
그러나 분할이 되면 팽팽했던 지분율 구도는 다소 깨지게 된다.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던 일동제약의 자사주(3.32%)가 '일동홀딩스→일동제약'으로 흐르는 투자지분으로 바뀐다. 또 상호출자로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던 일동후디스 보유 일동제약 지분(3.09%) 및 루텍 보유 일동제약 지분(0.11%)에도 의결권이 부활한다.
사업자회사(일동제약)에 대한 1·2대 주주간 지분율 구도는 분할 전 '30.99% 대 29.36%'에서 분할 후 '37.51% 대 29.36%'로 바뀐다. 순식간에 6.52%포인트만큼 의결권 격차가 벌어진다.
반면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에 대한 팽팽한 지분율 구도는 분할 전과 여전히 같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 국면은 계속될 수 있다. 2대주주 녹십자그룹은 일동제약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지만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에 대한 영향력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만일 녹십자그룹이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아 프리미엄을 챙기는 투자 행위) 등으로 일동제약그룹과 협상에 나선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동제약그룹의 현금사정 등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분할만 된 상태에서 녹십자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임시주총을 요구해 녹십자에 우호적인 이사 및 감사를 선임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출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이사를 선임시킬 수 있다. 임시주총 소집요구도 경우에 따라 거부당할 수 있다. 우호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지 못하게 되면 녹십자그룹은 경영권 분쟁을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해야 한다. 일동홀딩스 측이 제시하는 주총 안건을 때 마다 부결시키는 작전이다.
◇스와프 방식 지주회사 전환 시…녹십자그룹 영향력 여전
분할이 끝나고 일동제약 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방식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양측의 분쟁 구도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기업 분할 이후 존속회사(일동홀딩스, 투자사업부문)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신설회사(일동제약 사업자회사) 주주로부터 주식을 공개매수한 후 존속회사(일동홀딩스) 주식을 현물로 지급(Swap)하는 안 △존속회사가 신설회사 주식을 현금매입하거나 신설회사 주주들이 존속회사에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방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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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을 활용하든지 지주회사는 △지주비율(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 비율) 50% 이상 유지 △상장 자회사 지분율 20% 이상(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 확보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 유지 등의 전환 요건만 맞추면 된다.
두 가지 방안 중 두 번째 방안은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돼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동아제약그룹의 경우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이 방법을 사용했다.
대부분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첫 번째 방법을 쓴다. 넥센그룹, 한국타이어그룹, 애경그룹, CJ그룹, LG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삼양그룹, SK그룹, 한국콜마그룹 등 셀 수 없이 많다. 다수의 제약사도 이 방법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일동제약그룹 역시 이 방안을 쓰기 위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현물출자 근거 조항'을 정관변경안에 포함시켰다.
첫 번째 방법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녹십자 입장에서는 일동제약그룹의 일정대로 순응해 지주회사(일동홀딩스)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 말고는 대안이 없다. 주식 스와프(Swap)에 참여하지 않으면 일동제약 뿐 아니라 일동홀딩스 지배력도 약화되는 게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일동제약그룹은 여기까지 와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명분은 없다. 그래서 지주회사로 전환되더라도 고민은 이어진다. 일동제약그룹은 지주회사(일동홀딩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일단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대주주의 지분율 확대 또는 백기사 영입 등의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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