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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진 일동제약 오너, 웃을 수 있는 까닭은? 수적 열세로 주총 표결 결과 이미 예상한 듯..'플랜B'의 자신감

장소희 기자/ 문병선 기자공개 2014-01-27 08:14:09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4일 13: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총에 앞서 언론에 보도된 대로 녹십자가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알고 있었다. 피델리티 또한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는 24일 주주총회가 끝난 후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본사 강당을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일동제약은 주주들에게 일동제약을 두 개 회사(일동홀딩스, 일동제약)로 분할하는 안건의 가부 여부를 물었으나 2·3대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험난한 경영권 분쟁을 앞둔 최고경영자(CEO)의 무거운 어깨를 예상했으나 털털하고 자신있는 얼굴로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본심은 무엇이었을까.

이 대표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던 윤원영 회장과 윤웅섭 부회장도 가벼운 웃음을 띤 채 비교적 여유로운 얼굴로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이들 오너 일가의 얼굴엔 '두려움'이란 잘 보이지 않았다.

일동제약은 앞으로 2·3대 주주와 힘겨운 분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분쟁 시나리오는 2대 주주에 우호적인 이사선임안을 둘러싼 갈등, 경영 활동 자료 요구에 대한 공방, 공동 경영 요구와 이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 등이다. 오너 입장에서 이런 외부 간섭은 달가울 리 없다. 조직 분위기도 해칠 수 있다. 그런데도 오너 일가의 얼굴에 '당당함'이 비춰진 이유는 주총에 앞서 표결 결과를 충분히 예상했고, 이미 '플랜B'가 마련되어 진 것은 아닐까 관측된다.

사실 과거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여러 기업들이 격랑에 휩싸이긴 했지만 공격하는 쪽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다. '소버린'이라는 지배구조 펀드의 공격을 받았던 SK그룹은 숱한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결국엔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주로 '백기사'를 활용했다. 일동제약도 현재는 의결권이 제한돼 있는 자사주와 자회사들이 보유한 일동제약 주식을 백기사에게 넘기면 녹십자그룹과의 의결권 차이를 6%포인트 더 늘릴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고 지금도 적지 않은 간섭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은 주로 유상증자나 종류주식 발행으로 경영권을 방어해 왔다. 이런 방식의 주식 발행은 2대주주도 자금이 소요돼 반대하겠지만 1대주주 입장에서는 방어 수단이 없는 게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일동제약 역시 또 제3자배정 종류주식 발행 등으로 녹십자그룹에 대응할 수 있다. 제약업체는 R&D 투자에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 가치를 늘린다는 명분에 2대주주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이런 방식의 '플랜B'가 가동될 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이날 윤 회장 일가의 여유를 보면 충분히 대처하고도 남을 거라는 예상을 해본다.

물론 불편한 심정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날 오너 일가의 자신감을 보면 최소한 녹십자그룹의 뜻대로 일동제약이 휘둘리지만은 않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주총이 끝난 직후 윤 회장을 비롯한 일동제약 경영진은 7층 회의실에서 추가적인 대책 논의에 나섰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향후 대책에 대해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 다른 관계자는 "주총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주주의견을 존중한다"며 "향후 기업가치를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고 녹십자와도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일동제약은 오전 10시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총 의결주식수 234만 여주의 93.3%인 218만 여주(364명)가 참석했다. 그러나 찬성 54.6%, 반대 45.4%로 전체 의결정족수의 3분의 2에 미달해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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