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지주사에 사외이사가 없는 까닭은 [지배구조 분석] 동원엔터, 자산 3조 불구 외부인사 전무..비상장 프리미엄?
문병선 기자공개 2014-02-13 08:54:2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0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결 자산 3조 원이 넘는 식음료업체 중 사외이사가 없는 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유일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상장 자회사인 동원산업과 동원F&B도 3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만 두고 있을 뿐이다. 동원F&B는 사외이사가 2명이었으나 작년 1명으로 줄였다. 이러한 비율은 상장회사 가운데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대상홀딩스, 대상, 오리온, 롯데푸드 등이 같은 비율이다.국내에 가장 투명한 지배구조로 소개되는 지주회사 체제임에도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사외이사가 없는 까닭은 대략 두 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오너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00%라는 이유 때문이다.
먼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참여시켜야 할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야 한다(상법 제542조의 8). 또 자산이 2조 원이 넘는 상장회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야 한다. 그러나 비상장회사는 아무리 자산이 많고 지주회사일지라도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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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지분율이 100%에 달하는 점 역시 '주주중심주의' 입장에서 보면 사외이사의 필요성을 절감시킨다. '주주중심주의'란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주의다. 이 체제에서 사외이사는 오너의 전횡을 감시하고 다른 주주의 이익이 희생되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오너의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도 한다. 하지만 오너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 주주의 이익은 곧 오너의 이익이다. 따라서 오너를 감시하고 견제할 사외이사의 필요성은 사라진다.
동원그룹이 지난 10여년간 사외이사 없이도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내 왔다는 건 그동안의 지배구조 모델이 성공해 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자산은 7933억 원(2003년 말 연결 기준)에서 3조 459억 원(2013년 9월 말)으로 4배 이상 커졌고, 매출액은 9640억 원(2003년 말 연결 기준)에서 3조 3644억 원(2012년 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 사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에서 차남 김남정 부회장으로의 후계승계 역시 마무리 지었다.
이런 회사에 사외이사를 두라고 억지로 요구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더욱이 요즘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만 해 무용론까지 번진다.
그러나 '사외이사가 없는 지주회사', 그리고 '견제 없는 오너 중심 이사회', 이 두 가지 특징은 최근 재계 트렌드를 보면 동원그룹 지배구조의 현재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동원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지배구조를 바꾸어 나가야 할지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많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시각엔 변화가 찾아 왔다. '주주중심주의' 관점에서만 사외이사를 바라보지 않고 '이해관계자중심주의' 관점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최근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CSV(공유가치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사외이사가 더욱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 교수는 '주주중심주의'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사외이사의 역할이 주주 이익 극대화에 있지 않다. 견제도 중요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면서 기업 발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기여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채권자, 고객 등 이해관계자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비상장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사외이사가 없다는 질문에 그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잘 못 내리면 이 회사의 자회사 주주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채권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 진다. 거수기 등 무용론이 있는데, 사외이사의 70%는 할 말은 한다.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경영진에 조언을 할 수 있다. 비상장회사일수록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 C&C는 SK㈜를 지배하는 SK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다. 2009년 상장했다. 그러나 SK C&C는 비상장회사임에도 불구하고 2005년 사외이사 비중을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늘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배구조 모범 기업에 선정됐다.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3년 초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CSR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만큼 우리 재계에서 사외이사의 중요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트렌드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이런 추세에서 비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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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지배구조 리스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아무리 오너 중심 지배구조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동원산업과 동원F&B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때는 이들 회사의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투명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장회사가 상장 자회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지주회사에 사외이사가 없다는 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내 대기업집단은 두 가지 관점에서 폐해가 생길 수 있는데 하나는 부실 계열사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오너에게 부가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안건을 꼭 반대해 관철시킬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말하는 것만으로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기업은 외부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형식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2008~2011년 시기 사외이사를 선임한 적이 있다. 상장(IPO)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상장을 연기했고 지금은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의 지배력이 더 공고할수록 사외이사의 역할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내 친구를 데려와서 사외이사를 맡길 생각보다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분을 조언자로 모셔와야 한다는 오너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CSR 및 CSV 등으로 지배구조의 관점을 바꾸고 기업의 새로운 가치와 성장 모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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