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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옥죄는 '이중잣대' [thebell note]

송광섭 기자공개 2014-03-14 13:33: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3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공사가 이달 초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대폭 줄였다. 유치원과 중학교 학비지원을 폐지했고, 100만 원 한도에서 지원한 고등학교 학자금도 45만 원 내외로 축소했다. 명절이면 지급하던 20만 원 상당의 상품권 역시 사라졌다. 2년 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가 국정 운영의 최고 화두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근절'을 강조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2014년 업무계획'를 발표했다. 복리후생이 과도한 38개 기관을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해 이행 실적을 평가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관에 대해선 기관장 해임이나 임금 동결 등의 벌칙을 부과하겠단 내용을 담았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연기금은 주요 타깃 중 하나로, 정부는 공무원과 군인, 사학연금 등의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개혁 바람' 앞에 자유롭지 않다. 일상감사, 수시감사, 정부지침종합감사, 자율점검 등 네 가지 절차를 거치는 등 보다 엄격하게 방만경영을 점검하고 있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수익성이 떨어진 만큼 예산 절감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발표한 국민연금의 2012년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노력들이 다소 민망해진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357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운용직 직원 1인당 평균 약 3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과도한 수준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전문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산운용 전담조직의 총 급여가 민간 평균 대비 약 70~80%대이고, 민간 상위 10% 대비로 약 30~50%대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민간의 톱 클래스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일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현재의 보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즉 국민연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명백한 모순이다. 고급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투자할 것을 지적한 지 반 년 만에, '방만 경영 개선'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비용절감'을 지시하고 있다.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복리후생비를 줄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의 핵심 운용 인력들이 해외 연기금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50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수록 고갈 시점은 점차 앞당겨질 것이다.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인력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정부의 '이중잣대' 앞에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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