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ELS 물어보니…투자자성향 안 따진다 4대 은행, 투자자정보확인서·부적합안내서 교부 안해
김기정 기자공개 2014-03-27 08:36:41
이 기사는 2014년 03월 24일 19: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할 때 투자자들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더벨이 이달 4대 시중은행과 4대 은행과 4개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직접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해 봤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었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상품 판매의 첫 관문인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요구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고위험 등급의 상품을 설명할 때 반드시 먼저 작성해야 하는 부적합안내서를 교부하는 은행도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대표적으로 '미흡한' 판매 사례로 꼽는 것으로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파생상품 미스터리쇼핑 결과와는 판이한 결과였다. 금융감독원의 2013년 파생상품 미스터리쇼핑 결과 은행은 81.9점, 증권회사는 77.4점을 받아 은행의 점수가 더 높았다. 국민은행은 90점대, 하나은행은 80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70점대의 보통 점수를 받았다.
◇4대 은행 중 '투자자정보확인서' 먼저 요구한 곳은 한 군데도 없어
먼저 4대 은행(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을 찾아 ELS 가입을 문의했다. 직원은 금주에 청약가능한 ELS라며 상품 목록을 꺼내 보였다. 그 중 몇 가지를 고르자 곧바로 상품설명으로 들어갔다. 투자자보호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정보확인서의 작성을 요구하는 곳은 없었다.
투자자정보확인서는 투자자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설문지로 고객이 상품 문의를 할때 가장 먼저 작성해야 하는 서류다. 연령, 수입원, 투자 경험, 투자 지식, 투자 기간, 원금손실 감내 수준 등 설문 결과에 따라 판매사는 투자자의 유형을 통상 1등급인 안정형에서 5등급인 공격투자형으로 나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품이 판매되기 이전, 단순 문의의 경우라도 투자자에게 먼저 투자자정보확인서를 받는 것을 모범 절차로 두고 있다"며 "고객의 유형에 맞는 상품에 대해 설명하도록 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상품 설명을 들은 후 "투자자 성향에 대한 설문을 작성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하자, 은행 직원은 그제서야 서류를 내놓았다. 우리은행 모 지점의 직원은 "자금을 유치할 때 설문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가입 문의를 하는 고객의 투자자정보확인서 작성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자리에서 "금융감독원은 설명 과정에서도 작성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고 안다"고 말하자 마지못해 설문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모두 투자자정보확인서 작성에 응해줄 것을 먼저 요구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신분증이 없다면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쓰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 경험 등을 파악한 후 그에 적합한 상품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신분 확인을 할 것을 지침을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자자정보확인서를 통해 투자 성향을 진단해야 금융상품거래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창구에 배치해 놓고 있었다. 거래가 아닌 상품에 대한 설명도 "확인서를 받은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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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투자자가 감내 가능한 위험도보다 높은 위험 등급 ELS 추천
투자자정보확인서로 위험 등급이 산정됐다면, 판매사들은 그 등급에 적합한 상품을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안정추구형'으로 판명된 투자자는 위험 등급이 높은 원금비보장형 ELS에 바로 투자할 수 없다. '부적합 확인서'에 서명을 한 이후에만 가능하다. 자신의 등급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각인시켜 신중한 투자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손실을 본 후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적합확인서를 먼저 요구한 은행은 없었다. 별도의 서명 절차 없이는 4등급(적극투자형)인 투자자에게 상품 설명을 할 수 없는 5등급(최고위험)의 원금비보장형 ELS였음에 관심을 보이자 은행 직원들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직원은 "나도 얼마 전에 같은 구조의 상품에 500만 원을 넣었다"며 "원금비보장형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원금 손실이 난 경우는 없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에 유사한 구조의 상품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더니, 직원은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것보다 위험도가 높은 등급의 상품"이라며 "투자권유를 희망한다면 부적합확인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부적합확인서에 대한 별도의 요청 없이 "실적배당형 상품이라 원금 손실 위기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알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바로 상담을 이어갔다. 그에 반해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 등급을 산출한 후 해당되는 상품인 원금보장형 ELS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양증권 사태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증권사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예전보다 신분 확인, 투자자정보확인서 요구 등의 절차를 꼼꼼히 지키고 있다"며 "더 이상 불완전판매 이슈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증권사들로선 각종 절차를 통해 서명을 받아 놓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고객의 위험 등급보다 높은 파생결합증권에 대해 설명을 원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마친 후 부적합확인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경우'를 미흡한 판매 사례로 꼽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파생상품의 경우, 불완전 판매 여부를 놓고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며 "투자자정보확인서와 부적합확인서를 고객에게 교부한 후 상품 설명을 시작할 것을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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