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맨' 전면 배치 [지배구조 분석]김한조 행장 파격임용…외환은행·서울은행·성균관대 출신 요직에
윤동희 기자공개 2014-04-02 10:05:26
이 기사는 2014년 03월 31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과거 인사를 청산하고 본인만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외환은행 통합작업을 최대 과제로 안고 있는 만큼 김한조라는 인물을 파격기용, 승부수를 뒀다. 지주 임원과 사외이사 중에는 과거 같은 은행 출신과 대학 동문을 임용해 지지 세력을 구축하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임용은 파격적이었다. 외환캐피탈 사장으로 임명된 지 만 1년이 지난 참이었는데 지난 2일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사실 외환캐피탈 사장 자리는 주로 외환은행의 기업금융담당 부행장이 임명돼 2~3년 간 대표로 재직하다 퇴임하는 자리였다. 김한조 행장도 과거의 외환캐피탈 사장과 마찬가지로 외환은행 기업사업그룹 부행장직을 지내고 2013년 외환캐피탈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윤용로 전 행장의 퇴임이 전격적으로 결정되면서 김한조 행장이 은행장의 자리에 앉게 됐다.
김한조 행장을 영입한 깜짝 인사의 배경은 김정태 회장의 임기와 무관하지 않을 거란 추측이다. 김정태 회장은 1년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2년 동안은 김승유 전 회장의 체제로 그룹을 운영해 왔는데, 외환은행에 독립경영을 보장해줬다는 이유로 김정태 회장은 통합과 관련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내년 주총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통합작업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윤용로 전 행장보다는 내부출신의 김한조 행장을 기용하는 것이 시너지 면에서 더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한조 행장은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 32년 동안 외환은행에 근무한 내부 출신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최대 난제인 '외환은행 노조 설득'에는 외부출신보다는 내부출신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김한조 행장은 외환캐피탈 사장으로 근무하며 큰 무리 없이 업종 전환 작업을 마쳐, 가산점이 붙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캐피탈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며 금융지주회사법 상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외환카드 분사 작업이 아직 정식으로 승인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외환캐피탈의 업종 전환은 조직개편 측면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 후 가장 먼저 이룬 성과인 셈이다.
김한조 행장 외에도 김정태 회장이 합병 준비의 일환으로 외환은행 출신을 기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은, 하나금융지주 임원 구성 비율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지주의 9명의 임원 중 3명이 외환은행 출신이다. 글로벌 전략실의 권오훈 전무와 이재학 전무,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에 황효상 상무가 그 예다. 직전의 지배구조 체제에서는 주재중 상무 한명 만 임원으로 재직했던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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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회장은 통합작업을 염두에 둔 외환은행 인사 포섭뿐 아니라 지지 기반 세력을 탄탄히 하는 작업도 소홀하지 않았다. CEO 본인과 비슷한 출신의 인물을 주변에 세워두는 식이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21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8명 중 4명을 새로 선임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김승유 전 회장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가 대부분 교체 대상에 올랐다. 이 중에서도 김정태 회장과 같은 대학 동문이 있어 눈에 띈다. 신임 사외이사인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 학사 출신이다. 정 전 사장은 김정태 회장보다 2살이 많으며, 김 회장도 같은 대학의 같은 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주 임원 중에서도 김정태 회장과 출신이 비슷한 인물이 있다. 지주의 핵심 보직을 맡은 이우공 부사장으로, 김정태 회장과 서울은행에 같은 해(1981년)에 입행했다. 김정태 회장은 지주 임원 수를 축소하면서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합쳤는데, 이 자리에 이우공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 부사장은 서울은행 관리회계부장을 거쳐 하나은행 PB본부장, 리스크관리총괄 부행장 등을 지냈다.
김정태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했지만, 김승유 전 회장과의 고리를 모두 끊어낸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이사회 의장으로 정광선 중앙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앞으로 정 이사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와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정 이사는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됐던 1998년 당시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돼 2년간 활동했다. 2010년 김승유 전 회장이 지주에 있을 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잠시 하나대투증권을 거쳐 2013년 다시 지주 사외이사로 들어왔다. 10여 년 간 김 전 회장과 스킨십이 있던 인물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데서, 김정태 회장이 전임 경영진의 흔적을 모두 지워내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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