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진의 있나 ① 전략적 관점이라면 현대엘리베이터 팔아야
배장호 기자공개 2014-04-02 08:25: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31일 1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정말 매각하려는 것일까. 그룹의 절박한 사정을 생각하면 그럴만 하다. 하지만 현대로지스틱스가 그룹 핵심 계열사간의 순환출자 관계의 중심 축에 위치한다는 점, 향후 그룹 재도약의 중추 사업으로 물류를 지목해왔다는 점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현대그룹으로선 오랜 건설업과 해운업 불황 탓에 그룹 주축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에서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적대적 M&A 시도를 막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외 투자기관들과 맺은 파생상품 계약은 두고두고 화근이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제3자에 매각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려면 대략 두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해도 현재의 그룹 오너십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맺고 있는 파생상품 계약 관계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 두가지 모두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오히려 그룹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핵심자산을 던져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결국 돈이 문제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대금이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만큼 충분히 클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 자발적 동기 아니란 점
우선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검토의 시발이 그룹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였다는 점이다. 현대그룹이 올 초 채권단에 제출한 자산 처분 계획상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처분 대상에 없었다. 대신 신규 자본확충을 위한 기업공개 계획이 포함됐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물로 내놓기 어렵다는 점을 시장도 알고 있기에, 경영권 인수보다는 주로 사모투자회사들의 소수 지분 투자에 대한 제안들이 많았다. 실제로 현대택배 시절 우리블랙스톤PE가 투자했다 올 초 자금을 회수했고, 이후에도 복수의 펀드들이 투자를 검토했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먼저 제안한 쪽은 유통재벌 롯데였다. 롯데는 현대로지스틱스를 시장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쳐주겠다며 물류사업을 넘길 것을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가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오산복합물류센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오산물류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향후 늘어날 그룹 내 물류 수요를 감안하면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급한 현대그룹의 사정상 이같은 롯데의 제안을 일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그룹 생존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거래 성사 여부를 떠나 그룹의 자구 노력을 채권금융기관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다.
◇ 전략적 관점이라면 '로지스틱스'보단 '엘리베이터'
그룹의 미래 사업전략을 염두에 둔다면 현대로지스틱스보다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매각하는 쪽이 더 이치에 맞아 보인다. 그룹 주력인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를 매각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렵긴 하지만, 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종합물류 그룹으로서의 그림이 더 그럴싸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룹 재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점에서도 현대엘리베이터 매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시장 지위나 EBITDA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현대로지스틱스보다는 매각 기대가치가 더 크다. 물적 분할 방식으로 엘리베이터 사업을 매각할 경우 파생상품 계약 문제를 정리하고 현대상선에 대한 재무적인 지원에 나서기도 더 유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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