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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매출채권 유동화 확대..금리 낮출까 한진해운 등급하락 이후 신인도 동반 악화…'AA-' 등급 타당성 논란도 제기

민경문 기자공개 2014-04-07 07:01: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2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재무 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 대한항공의 주력 자금 조달원은 단연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지난 2~3월에 걸쳐 5000억 원을 찍은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1500억 원의 ABS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네 번째다. 기초자산은 화물과 여객운임 매출채권이다.

대한항공의 유효 신용등급이 A-에 그치고 있는데다 한진해운 재무지원에 따른 계열 리스크 확대로 회사채 발행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에쓰오일 지분 매각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ABS 외에는 마땅한 자금 조달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5년 만의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한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요원해 보인다.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 back)과 같은 방식으로 항공기를 직접 유동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지만 핵심 영업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섣불리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문제는 ABS의 효용성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조달 금리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3300억 원 규모의 ABS 발행 당시 금리는 1년 전에 비해 최대 200bp 가까이 높아졌다. 만기 30개월물 이상의 ABS는 5% 이상의 금리를 제시해야 했다. 그나마도 시장 소화가 어려워 주관사는 이를 다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재유동화해야 했다.

업계에서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1500억 원 규모의 ABS 추가 발행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시장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그동안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에도 불구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졌다. 유상증자 참여로 한진해운 최대주주에까지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계열사의 신용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 증권사에 발행 금리 낮추는 방안 요구…"시장 분위기 외면한 처사"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번 ABS발행을 앞두고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말 주관사 선정을 위해 10곳 이상의 국내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뿌렸는데 선결 과제가 '금리 낮추기'였다. 앞서 ABS 조달 비용이 과도하게 높았다는 점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RFP를 받은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을 둘러싼 시장 분위기는 훨씬 악화됐는데 어떻게든 금리를 낮춰 발행할 수 있는 방안을 증권사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굳이 기존 ABS발행 주관사들과 비즈니스를 이어가지 않고 계속 새로운 증권사들과 비딩(bidding)을 붙이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금리를 낮게 제안하면 주관사 선정에 큰 무리는 없겠지만 당장 물량 소화가 문제다. 셀다운(sell-down)을 하지 못해 ABS물량을 떠안기라도 한다면 영업용순자산비율(NCR)이 직격타를 맞게 된다. 자칫 시장 금리가 올라갈 경우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 ABS가 이미 시장에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상당수 기관이 추가 매입을 꺼리고 있고 리테일 쪽에서도 금리를 훨씬 높이면 모를까 더 낮춰 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ABS 등급 'AA-' 타당성 여부 논란도

ABS등급 자체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A-지만 최근 발행한 ABS는 모두 세 노치(notch)가 오른 'AA-'를 받아 투자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에 크레딧 이벤트(credit event)가 발생해도 영업활동이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평정 논리로 삼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별도의 금융기관 신용 공여도 없이 신용등급이 세 노치나 올라간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다"며 "만약 대한항공이 망하면 항공기 조종사들을 포함해 직원들의 이탈도 일정부분 감수해야 할 것인데 당초 계획대로 영업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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